제 목 : 알지못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 직장에서 뒤로 험담하는 동료들의 존재 발견하고 괴로워하는 글이 여기 자유게시판에 올라옴.
그냥 몰랐으면 아무일도 없는 것과 똑같은데
알았기 때문에 괴로운게 말이 되나?

불교적 설명으로는 그걸 생각하지 않고 마음에 두지 않으면 괴로움도 없다고 말함.
동료가 나를 "바보" 라고 말해도 그 바보라는 단어에 의미를 두지 말고 해석하지 않고
그냥 바보라는 소리가 한순간 생겨났다가 허공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렸으니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임.
종소리가 울렸다가 사라진 것과 무슨 차이가 있냐는 것.
그러니 생각을 안하면 괴로움도 없는 것.

그런데 이게 현대물리학과 기가막히게 잘 맞아떨어짐.
소립자는 관찰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음.
관찰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붕괴되어 존재가 되는 것임.
이중슬릿 실험이 정확하게 그러함.

관찰하지 않으면 하나의 전자는 두개의 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는 것으로 행동함.
그래서 어느 슬릿으로 통과하는 지를 검출기를 이용해서 관찰하는 순간 갑자기 하나의 슬릿으로만 통과함.
귀신이 곡할 노릇임.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을 너무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EPR 역설을 제시하여 상대론적으로 불가능함을 주장함.

어떤 전자의 스핀값은 업 또는 다운으로 확실하게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걸 확률적으로만 안다는 것이 아니라
업과 다운의 중첩된 상태로만 존재하다가 우리가 관찰할때 비로소 존재양식이 결정된다는 것이
양자역학적 정통으로 알려진 코펜하겐 해석임.

아인슈타인은 이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EPR 역설을 제시한 것임.

스핀 싱글렛 상태인 전자쌍의 두 전자, 즉 1번 전자와 2번 전자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발사되어 점점 멀어진다고 가정함.
여기서 두 전자는 원칙적으로 우주공간으로 아주 멀리 날아갈 수 있음.
그런데 실험적으로 1번 전자의 스핀을 업 또는 다운으로 결정할 수 있음.
양자중첩 상태에 있는 2번 전자는 1번 전자와 반대방향의 스핀인 다운 또는 업이 되어야만 함.
문제는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몇년이 걸릴만큼 멀리 떨어진 두 전자가 서로 귀신같이 "즉각적으로" 반대값을 갖는다는 것.
1번을 업으로 만들면 2번은 다운이 되고, 1번이 다운이 되면 1번이 다운이 됨.
이건 관찰자의 의도가 측정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외에 다른 해석이 있을수가 없음.
어떻게 이런식으로 존재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음. 그냥 우리는 그런 현상을 목격하고 있을 뿐.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온 우주적으로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정보전달은 불가능한데 진짜 귀신 곡할 노릇.
그래서 존 스튜어트 벨이라는 사람이 1964년에 이게 정말 국소성을 갖고 있는지 검증가능한 부등식을 만들었음.
이 부등식을 이용해서 아인슈타인이 틀렸고 양자는 정말 국소성을 갖기 때문에
천문학적 단위로 멀리 떨어진 두개의 전자는 관찰 즉시 그 스핀이 결정됨을 확인함.
이 실험을 한 알랭 아스페, 존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는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음.

입자의 상태는 원래 결정되어 있는게 아니라 측정하는 순간 존재양식이 결정되는 것임.
존재는 관찰하지 않으면 존재하는게 아니라는게 맞다는 것임.
꽃을 꽃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없으면 꽃이 있지만 나는 모르는게 아니라 아예 정말로 꽃이 없다는 것임.
꽃이 나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것임.
이건 시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현대 물리학도 도리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의 양식임.

그러니 누가 나를 욕하더라도 못들은 것으로 생각하고 종소리가 한번 났다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괴로울 일이 없음.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나를 욕하는 사람도 없는 것이고 나를 욕하는 사람이 없다면 괴로울 일도 없는 것임.
일체유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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