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친하게 지냈던 지인이 띠부씰 없는 포켓몬 빵을 줬어요.

한 때 굉장히 친하게 지냈던 지인이예요.

올해 초 아버지 장례를 치루셨는데 미안했는지 저한테는 연락을 안했어요. 그치만 다른 언니 통해 소식듣고 제가 부의금을 보냈어요. 그 후에 고맙다고 소식 전해준 언니랑 저랑 그 지인이랑 셋이 얼굴 보자고 연락 왔더라구요.

다 비슷한 나이 애 키워요. 만난 날, 우리 애 갖다주라며 그놈의 포켓몬 빵을 두봉지 주더라구요.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사람들이 새벽까지 마트 앞에서 돗자리 깔아놓고 기다려서 사던 때였어요.

저나 애나 그 빵 관심도 없고 스티커 얻으려고 몇십개씩 산다는 게 이해가 안되서 한번도 사본 적이 없어요. 뭔가를 줄서서 사는 게 극혐이기도 하고요.

그 지인은 애들이랑 자주 새벽2시까지 줄서서 사온다 하더라구요. 그렇게 사온 포켓몬 빵을 준다니 관심 없어도 한껏 고맙다고 너스레를 떨었거든요.

근데 옆에 있던 다른 언니가 약간 떨떠름하게 “야 근데 알아둬라. 그거 스티커는 없다” 그러더라구요. ???

뭔 말인가 했더니 빵을 준 그 지인이 자랑스럽게 본인이 수술하듯 씰만 잘 빼내고 다시 스카치 테이프로 감쪽같이 밀봉했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니까 스티커는 빼서 자기 애들 주고 빵만 가져왔다 이거예요. 맛이나 보라고 가져왔대요.

그것도 모르고 저는 이 귀한 걸~~ 너무 고맙다고 호들갑 떨고 그 지인은 “봐라 얘(저를 말함)는 받는 자세가 되어 있다”이러고 그랬던 거예요.

어이가 없어서 순간 헛웃음이 나서 막 웃기만 했어요. 차마 얼마전에 아버지 상 치룬 사람한테 야박한 소리 하기가 그래서요. 그렇지 않았으면 우린 슈퍼빵 먹지도 않는다고 도로 가져가라고 했을 거예요.


결정적으로 글을 쓰게 된 건, 얼마전에 제 생일이라고 보내준 기프티콘때문이예요.

최근 몇년간 항상 제 생일에 기프티콘을 보내주더라구요. 첨엔 너무 고마웠는데 4일 뒤가 이 지인 생일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케잌 기프티콘을 보내줬는데 이게 반복되니 뭔가 떨떠름한거예요.

만나서 차를 같이 한잔 하거나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연락도 거의 안하는데 제 생일날 기프티콘이 오고, 그럼 며칠 뒤에 저도 보내고. 이걸 몇년 반복했어요.

올해는 이제 그만하고 싶더라구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같이 만나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나만 받고 안보내기도 그렇고.

어제가 그 지인 생일이었어요. 며칠전에 또 어김없이 기프티콘이 왔죠. 어제 기프티콘 돌려주고 이제 이런 주고받기 그만하자 말하려고 보니 ㅋ

다른 사람한테서 6개월 전에 받은 기프티콘을 저한테 보낸거더라구요.

아껴놨다 재활용하는 게 뭔 대수인가 싶기도 하고 참 복잡미묘하네요.
근데 너무 정이 떨어지는게, 이 지인이 맨날 친정언니같다고 하는 아까 말한 다른 언니 한명이 있거든요.

아버지 상도 다른 사람 누구한테도 안 알리고 그 언니한테만 알릴 정도로 각별한데, 그 언니한테는 생일 기프티콘이고 뭐시고 한번도 없었다네요. 그 언니 생일과 자기 생일이 한참 거리가 멀거든요.

저하고는 4일 차이. 저한테만 계속 생일마다 기프티콘 보냈던 이유가 있었겠죠?

어제 이 사실 알고 마음 정리하고 케잌 먹을 사람이 없으니 마음만 받겠다 하고 톡 남기니 서운해하던데
내 알바 아니네요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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