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펌 미나리 삼겹살 먹으면서 할머니께 들은 얘기가 좀 신기했어

출처 : 여성시대 햄치즈토스트


할머니랑 미나리 삼겹살 구워 먹는 날이었어
비가 엄청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미나리 먹다 죽은 할매 얘기를 해주시더라고

시장에서 어떤 할매가 미나리를 씻치지도 그냥 먹다가 죽었다 그걸 눈앞에서 봤는데 할매 눈이 뒤집히면서 바로 까무라치더라
원래 미나리는 더러운 물에서 자라고 거기에 나쁜 벌레가 많이 사니까 조심해라(교훈적)

뭐 이런 얘기였어 이 때 나는 벌벌 떨고 있었는데 할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더라고
어르신들 왜 그러시잖아 누구누구 얘기 하시다가 어어 금마 죽었어 뭐 이런 얘기 무덤덤하게 하고


그런 얘기를 몇 번 더 하셨어
아마 내가 좀 걱정됐나봐 내가 평소에 좀 덜렁대고 꼼꼼하진 못했거든
그래서 교훈을 담은 섬뜩한 얘기들이 마구 지나가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자세를 고쳐 앉고는 정색하면서 하시는 말씀의 시작이

홍시야 들어봐라 여자는 용맹이 있어야 한다


할머니는 섬 출신이셨어
가난하고 조용하고 사람들끼리 정은 있는... 뭐 그런 곳이었지
그런데 그런다고 범죄가 없나? 그렇진 안해

어떤 마음이 아프신 여자분이 있었대
남편이 배 타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이후로 쭉 정신이 맑지 못하신거야
그런데 참 이상하지 그런 분이 어떻게 계속 임신을 하는지

누군지 모를줄 알아? 다 알지
근데 쉬쉬하는 거야
괜히 정신 나간 여자 때문에 마을 사람 의심하고 내쫓으면 손해니까
시절이 어렵기도 했고

그 때 그 분을 유일하게 챙긴게 할머니네였대
산으로 들로 떠도는 사람을 집 안에 들이고 그렇게 낳은 아기도 대신 키우고 손대는 놈 없나 신경 바짝 세우고 같이 다니고

그 분 옆에 붙어 다니는게 어린 할머니의 역할이었대
누가 뭐라고 하면 벌벌 떠는 사람 대신 바락바락 대드는거야
가끔 그분이 정신이 돌아오면 할머니께 너처럼 여자가 용맹이 있어야지... 이러셨대

그래도 사람이 마음이든 몸이든 한쪽이 아프면 다른쪽이 따라서 아프다고 그 분이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돌아가셨어
엄마가 그렇게 간걸 아는건지 애도 쉬지않고 앙앙 울다가 어느날 숨을 거뒀다고 하더라고


그러고서 몇년이 지났는데, 조금 딴 얘기를 하자면 할머니의 아버지 그러니까 증조 할아버지는 선장이셨어
그래서 한 번 나가면 며칠 안돌아오고 그러셨지
그런데 어느날은 달이 지나서 집에 쌀이고 고기고 다 떨어졌는데도 안돌아오시는거야
그래서 섬이고 집이고 난리가 났대



증조할아버지를 걱정하며 할머니가 잠든 날이었어
꿈에 어슴푸레한 빛이 비추는데 어떤 애랑 엄마랑 되게 재밌게 웃으면서 놀고 있더래
자세히 보니까 돌아가신 그분인거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분이 막 아기처럼 꺄르르 웃으면서 "여자가 용맹이 있어야지~~~!" 하고는 팔을 휘젓는데 알록달록한 옷이 길고 펄럭거리는게 똑 나비맹키로 이뻤대

근데 그날에 동네 아는 아저씨가 오더니 갑자기 할머니한테 증조할아버지를 찾았다고 같이 가자고 하더래
그래서 따라가려다가 퍼뜩 정신이 들더래
그런 사정이면 할머니의 어머니, 그러니까 증조할머니께 먼저 얘기하지 왜 아직 어린 할머니께 얘기를 하겠냐구
게다가 이 아저씨는 그분을 건드렸다고 생각되는 사람중에 한명이라서 증조할머니께서 조심시킨 사람이었단 말야

그래서 일단 집에 가서 어마이 불러 오겠다고 버티니까 그럴 시간 없다고 빨리 가자면서 팔을 덥썩 잡는거야
할머니가 무서워져서 얼어붙으니까 질질 끌고갔대

그러다가 문득 눈에 알록달록한 나비가 보이는데 여자가 용맹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서 빽 소리를 지르면서 난장을 피우셨대
안간다면 안가는거지 왜 이러냐고 소리소리를 지르니까 남자가 놀라서 손을 놓고 달아났는데
옆에서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오지 않았으면 그대로 끌려갔겠다 싶었다고 하시더라고

그리고 놀랍게도 다음날 증조할아버지가 돌아오셨대
배가 풍랑을 만나서 조난당했는데 이제 죽나 싶었을 때 바다 한가운데에 웬 나비가 보였대
근데 나비가 있다는건 땅이 근처라는 소리잖아
그래서 나비가 가는 쪽으로 따라갔더니 땅이 나왔다더라 거기서 섬까지 좀 멀어서 길을 찾고 하느라 시간이 걸렸대

증조할아버지가 돌아오신 날 그 남자는 사라졌대
그 남자 뿐 아니라 몰려다니던 패거리들이 전부 사라졌대
그래서 증조할아버지도 아마 죽었다고 생각했고 여자들만 있는 집 애한테 해코지를 하려다가 가장이 돌아오니까 도망간게 아닌가 수근댔다는데

그 뒤에 그 패거리가 무더기로 절벽에 걸려 죽은채 발견됐대
파도가 높고 위험해서 사람들이 잘 안가는 섬 끄트머리 절벽에 그렇게 전시된것처럼 해괴하게 죽어있었다고 하더라고


할머니는 그 뒤로 여자는 용맹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으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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