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0,40 되어서 한살차이 뭐가 그리 중하나 싶지만요.
이놈의 지긋지긋한 호칭의 문제가 빠른에겐 어디가나 발목을 잡아요.
학교다닐땐 학년 학번 따라가니 그럭저럭 문제 될게 없고
사회 생활 할 땐 직급이 호칭을 대신해 줬으니 나이 문제 안됐고, 또 사회생활 할 땐 ~~씨 라는 호칭이 일반적이니 나이별 서열질 불필요했고
아이 학교 관련 모임에서는 xx어머니 라는 호칭이 어느정도 커버를 쳐 줬어요. 언니 동생할만큼 친해지지 않으면 되니까요.
문제는 학년도 없고 직급도 없고 아이 엄마도 아닌 자연인 김@@이 되는 순간 발생하더군요. 적절한 보호막? 쿠션?이 없어져요.
나이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동네 운동동호회예요.
나이대가 다양하다보니 ~~씨 라는 호칭이 약간 예의 없게 느껴지는 지점이 생기죠. 한국 정서상 10년 이상 차이나는 사람을 그리 부르기가 좀 그렇잖아요. 그것도 동네 동호회에서.
언니 누나 누님 형님 오라버니(오빠라는 호칭의 한국적 특수성 탓인지 오빠란 호칭은 거의 안쓰더라고요. 장난스레 오라버니 아니면 형님) 나이가지고 칼같이 나눈 호칭과 서열.
여기서 빠른은 갈 곳을 잃습니다. ㅠㅠ 제가 이 나이에 나이 고민을 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네요. 마흔 중반에 나이 한두살 올리고 내리고가 문제가 아니고요.
제가 78년생 뱀띠예요.
음력으론 77년 뱀해 12월에 났고 양력으론 78년 2월생. 주민등록번호도 78로 시작하고, 입회원서의 생년월일도 78.02.xx로 적었죠.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요. 관계의 문제가 생겨나요.
저는, 정서적으론 뱀띠가 제 동갑이거든요. 제 친구들 다들 뱀띠고요.
그리고 저 뱀띠 맞잖아요. 뱀띠들과 학교 같이 다녔고요. 근데 왜 제가 뱀띠에게 언니라고 해야하나요??? 78년 말띠가 저한테 야자 트는 건 참겠는데, (솔직히 고까워요!!! 77 뱀에게 언니언니 하면서 저한테 야자 트는 거. 근데 그냥 참아야지 뭘 어째요…;;) 77 이 저한테 언니라고 하라하면, 싫어요, 저는!!!
빠른에겐 선택의 자격이 없나요??? 그냥 일방적으로 상대가 정해주는 걸 무조건 따라야 해요? 칼같이 나이 따지고 띠 따지면서 나 같은 띤데 출생년도 갈린다고 넌 호칭 똑바로 해라 너때문에 족보 꼬인다…. 아놔. 나 뱀띠거든??? 제가 띠까지 갈리는 78 도 아니고요.
그냥 하소연 해 봤어요.
다들 쉽게 말하죠. 사회 나오면 학번이 뭔 소용이냐 출생년도 따라간다 이러면서 나이 마흔 넘어가니(솔직히 저도 그렇고) 해마다 달라지는 내나이 업데이트 하는 것도 헷갈리고 귀찮아서 서로 난 소띠 뱀띠 말띠 용띠 띠로 얘기 하거나 출생년도로 나이소갤 대신하더군요. 나이를 얘기하면 바로 그럼 몇년생이야? 또는 무슨 띠야? 묻고. 저도 그래요. 올해 내 나이가 몇갠지 헷갈리니까요.
저는 매번 부연설명 없이는 나중에 뒷말을 들어요.
단순히 뱀띠 라고만 했다간 뒤에 너 78 이라며. (어디 감히 한살 올려서 언니들에 맞먹냐는 구박은 기본)하는 얘길 꼭 듣거든요.
78이야 하면 나중에 너 뱀띠라며. (한살이라도 어리고 싶냔 비아냥도 기본)하는 말도 듣고요.
뱀띤데 78 년생이야. 빠른이야 하면 누가 물어봤냐 뭘 그리 구구절절 tmi 남발인가 하는 뜨악함도 기본.
어쩌라구요.
뱀띠로 살아가면 어린게 한살올린다
78년생으로 살아가면 한살어려지고싶어 발악이다
상대에게 맡기면 족보를 꼰다…
사람들은 다들 각자 확고한 기준이 있더라고요.
빠른이 뭔 상관? 학교 같이 다녔으면 친구지.
학번이 뭔 상관? 사회나오면 출생년도가 중요하지.
이게요. 빠른이 아닌분들은 몰라요. 그게 왜 중요해? 그냥 한가지 기준을 가지고 살면 되잖아? 하거든요. 본인들은 한가지 기준만 가지니까요. 근데 빠른은 그 두가지 기준을 다 마주해야 하고요. 심지어 저희 친정 10명도 안되는 그 작은 무리에서도 학번인정파와 출생년도 인정파의 노선이 확 갈려요. 그야말로 어느장단에 춤을 추리요 입니다. 나이 산살 많아지고 적어지고가 문제가 아니라 언니 동생 누나 오빠의 그 호칭의 쓰나미에서 갈곳을 잃어요. ㅠㅠ
저요. 저한테 묻는다면, 저는 77 하고 친구 하고 싶어요!!! 언니 오빠 싫어요!!! 저도 제 기준 있는데, 왜 우기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