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젯밤 고등아이가 학원에서...

지나고 나니 진짜 별 일 아닌데
혹시 같은 상황, 비슷한 처지이신 분들 계실까 싶어
몇 자 남겨봅니다

아주 평범, 그 자체인 아들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뭐 하나 돋보이는 거 없지만
그냥 밥 잘 먹고 잘 자고 학교 잘 다니고
성적은 4,5,6 등급이 골고루 있는..

걱정하려고 들면 끝도 없지만
그래도 아침에 안 깨워도 스스로 일어나 학교가고
학원 한 번 빼먹지 않고
학교에서 조용하지만 두루두루 무난한..

그랬는데, 아주 정말 평범하고
일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던 어제 아침
학원 안 가는 날인데
곧 중간고사라고 직전보강 있다고
저녁 먹을 돈 달라길래 현금 좀 주고
그런 아주 ...똑 같은 날인 거 같던 어젯밤.

7시 30분부터 학원 영어샘에게 문자, 전화가.
와야 할 시간에 아이가 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럴리가..
처음엔 저는 믿기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일은 아이 키우면서 처음이었으니..

저녁을 늦게 먹고 있나?
학교는 5시 넘으면 끝나는데??

시간이 더 지나도
도착했다는 문자 못 받으니
혹시 수학보강을 착각해서
수학샘과 수업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시간은 자꾸 흐르고
아무 샘에게도 어디 있다는 연락 없고
당연히 아이에게 문자, 톡 아무리 연락해도
신호는 가는데 안 받고 톡은 안 읽음

9시가 넘어가자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자꾸 안 좋은 생각만 나고

아이 아빠는 학원 근처라도 돌아보자고 하는데
현금을 줫기에 어디서 저녁 먹었는지
확인도 안 되는데
집 비워도 되나 싶기도 하고...

9시 반, 영어샘이 전화 주셨더군요

아무래도 이건 아닌거 같다
10시까지만 기다려보시고
경찰서 가보시라고...ㅠㅠㅠ

저 혼자 이런저런 생각만 가는 거랑
누군가에게 이런 말 듣는 거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전화 끊자마자
이젠 전전긍긍 ....가슴은 콩닥콩닥.

아이아빠에게 안되겠다
옷 입어요......경찰서든 학원이든 가보자
하는데 현관문 띠띠띠....

아이가 왔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난리도 아니었죠
도대체 왜..?? 어디에????

학교 마치고 학원 시간이 좀 떠서
시립 도서관 열람실에 있다가 잠들었다고.

서둘러 학원샘들에게 문자 드리니
영어샘 전화 오는데
그제서야 제가 긴장이 풀렸는지
눈물이 뚝뚝....

모르겠습니다. 뭐가 뭔지..

막 뭐라 잔소리 하려는 아이아빠 뜯어말리고
그냥 쉬어라 하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뒤진 건 아닌데
쓰레기통에 열람실 출입 영수증이 보이긴 하더라구요

혹시 어디 나쁜 아이들에게 잡혀 있었나 하는
걱정은 기우인거로..

진짜 잠든게 맞을까?
학원 가기 싫고 낼 모레 시험에 대한 부담이
그렇게 컸던 거였니?
그렇게 오래 엎드려 있었다는게......사실이니??

물어보고 싶은 건 많았지만
아무....소리도 안 하고

오늘은 학교 마치고 수학 직보 있다고 해서
저녁비 주면서

맛있는 거 먹어.....하고 말았습니다.

진짜 별 일 아니죠?
동생에게 하소연 하니
언니가 너무 편하게 OO 키웠네....하던데

진짜 평소에 고치고 말썽 부리는 아이였으면
이 정도 일 쯤이야 하고 ..그랬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냥 공부는 못해도 평범하게는 살자는
마음일까 그런 목표도
사실 어쩌면 굉장한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일상, 아무렇지 않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
얼마나 감사한가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이런 작은 일탈로 속상해할 부모 생각 못하는
아이가 밉기도 하고...

바전 아닌 반전은
그러고 나서 아이 학교 가고

저....는 아침에 시내 나와서
비싼 초밥 먹고 아울렛 가서
간절기용 아우터도 하나 사고
평소 갖고 싶은 스카프 몇 장이나 사고
스벅 와서 평소엔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오늘은 무슨 쿠키까지 시켜서
저 혼자 이러고 있네요.

이런 저도 저도 잘 이해가 안되긴 하는데...
막 돈 쓰고 싶어지는 뭐, 그런...

아이는 핑게고
입고 싶고, 먹고 싶었던 아니냐구요?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자꾸 어제 전전긍긍하고 그랬던
저에게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저녁에 아이 아빠 퇴근하면
소고기라도 구울까봐요.
맥주라도 한 잔 하려구요.........

매일 가계부쓰고
전전긍긍하는 일상에서 누려보는
작은 호사랄까. 미친 짓은 딱 오늘로 마쳐야겠지요

오후엔 작은 푼돈이지만 알바하러...갑니다.

그래서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아이 하나 키워낸다는 건
정말 우주를 품은 마음이어야 할 거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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