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청소로 무기력 마음의 병 탈출기 - 긴글

어제 생애 첫 세입자 받고 입주청소 하느라
골병들것 같다던 사람예요
오늘 드디에 세입자 입주까지 마무리하고
한시름 놓으면서 글을 써봅니다.
그간 제 마음의 변화기, 무기력 탈출기 정도가 되겠네요

제가 실은 고백을 하자면
거의 한달간 매일 청소만 했어요;;;;

그것은.. 그동안 제가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했어서
장기간 번아웃에 시체처럼 살았었는데요
그런데 이 세입자와 계약하기 직전에
마침 청소하는것에 완전 필 받아서
뭐든 버리고 비우고 청소하는것에 재미들린 때였거든요
그래서 청소에 스킬도 많이 생기기도 했고..
그래서 청소에 열 올렸나봐요
마침 하던 일을 쉬고 있어 백수니까 더 그랬죠

분양받은지 6년된 오피스텔이고 상태는 매우 깨끗한데
당시 제가 우울해서 에너지가 딸려서
관리를 잘 못한 부분이 있어요
어찌보면 참 소소한 것들이지만 제 눈에는 그게 너무 크게 보여서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불평불만 하면 어쩌나..
종일 그 걱정만 들었어요

예를 들면
저는 당시 여기저기에 스카치테잎, 양면테이프를 많이 사용했었는데 막상 떼어내려니 그 접착부분이 너무 지저분하다거나
또 욕실 줄눈에 약간 변색되어 새거같지 않다거나
시트지가 슬쩍 손상된 부분 있는데 거슬린다거나 등등..
세월에 자연스레 마모된거지만 어쩐지 보기가 너무 싫었어요
이상태 이대로 이 집에 남을(세입자를) 들인다는것이
마치 저의 어두운 내면을 들키는것 같았어요
얼굴은 멀쩡해갖고 집 상태가 이렇다는걸 남이 보는게
너무 수치스럽게 느껴졌나봐요
(근데 집상태가 막 그렇게 안좋진 않아요
이미 그 때도 집 보러 오면 깨끗하다고 많이들 그랬으니..)

아무튼 그래서 줄눈도 새로 한것같은 상태가 될때까지 청소했어요
아마 줄눈 동영상 보는데 하루 정도는 소요했고
그담날은 재료 사러 다니는데 하루 소요
또 그 담날은 실제 작업하는데 하루 소요..

하다보니 변기 아래 시멘트 이음새가 더러워진것 발견해서
또 담날부터는 동영상 검색 및 시멘트 사러다니고..

그 담날엔 주방 실리콘 쏘는것이 거슬려서
또 유튜브보고 재료사고 실제로 작업하고..

또 환풍기도 소리가 가볍지 않아서
새것 손수 주문해서 직접 달았어요
이것도 제가 다 혼자 작업했어요
(저 이런거 하나도 모르는 미혼 여성예요)

또 냉장고도 보니까 김치국물얼룩 등 그런게
아주 미세한 틈새사이로 들어가서
청소가 불가능해보이는 경우에는
아주 얊은 칼날을 휴지로 감싸 그 틈새를 청소하고
그렇게 그 많은 틈새를 종일 청소했어요
조금이라도 덜 깨끗해보이는 선반이나 서랍 등 냉장고 부품은
다 새것으로 주문해서 갈아주었어요

창틀 이런데는 먼지 한올 없이 여러번 청소했고요
스티커 제거 약품 또한 종류별로 사고
(온갖 약품, 헤라 이런거까지.. )
정신차리고 보니 청소용품이 한 상자가 생겼더라고요

이런식으로 하다보니 완전 깨끗 깔끔한 새 집 탄생.
제가 봐도 살고싶은 집이 되었어요
제 마음도 개운하고 넘 좋았어요

이렇게청소가 힘들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이 집에서 세입자가 기분좋게 살았으면 좋겠는
그런 마음이 컸던거 같아요

누구한테는 단 몇시간이면 끝나는 별거 아니지만
장기가 완전 번아웃된 저로서는 극도의 무기력상태인 저로서는
하나의 구역을 하는데도 며칠씩 소요되었어요
에너지가 없다보니 엄청 느리다고나 할까요

한구역 또 한구역.. 이렇게 하다보니
청소 용품뿐만 아니라 이쪽분야 지식도 각종 여러 팁도 많이 생기더군요
그것도 재밌고 좋았어요

이렇게 아주 천천히 놀며 청소하며
다 하는데 거의 한달 가까이는 소요된거 같네요
청소하면서 이거는 내 마음을 청소하는거다.. 하는 맘으로 했어요

계속 시체처럼 누워만 있고 싶었는데
그나마 일어나 청소하고픈 마음이 든게 어딘가 싶었고
청소가 위로가 되었어요

오늘 무사히 잔금 받고 계약서를 부분수정할일이 있어 다시 쓰는데
세입자가 흔쾌히 오케이 오케이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어요
제가 세입자라면 몇번이나 확인하고 물어보고 그랬을수도 있는데
쿨하게 오케 오케. 뭐든 제가 맘 편한대로 하자고 해주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것저것 당부할것들을 다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냥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사람 같았고
제게 질병같은 그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마음이 좀 편해졌거든요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불안 공포 우울 무기력으로
멘탈이 너무나 약해져서 저렇게 기를 쓰고 청소하고 보수했던거 같아요
저의 멘탈이 극심하게 약해졌으니 누구한테든 조금의 공격도받고싶지 않은 마음, 두려운 마음이 아주 컸던것 같거든요

어렸을때 저것보다도 더 열심히 더 애쓰고 애써서 해도
또 아버지한테 혼나고 그랬던 기억이 났어요
그럴때마다 더더 열심히 하고 더더 애쓰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너무 심하게 애쓰는 사람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이렇게 기를 쓰고 애써놓고도
또 혼날까 불안 공포 초조에 떨었던 어린시절의 나.
이번 세입자를 위한 한달여의 청소기간의 노력은
그냥 어린시절의 재현 같았어요 후..
그러다가 직장다닐때도 그 어느조직에 들어가도
파격적으로 다 깜짝 놀랠 만큼
다들 혀를 내누를 만큼 애쓰고 열심히 하고
그렇게 승승장구하다가 어느순간 작은 갈등으로 멘탈이 나가
서 그냥 그만두게 되고.
제풀에 지쳐 번아웃되어버린 것이죠

오늘 세입자 입주 마무리까지 하면서
이생각이 나는데 제 자신이 너무 안스럽게 느껴졌어요

한달여간 마치 청소회사, 이사업체 회사에 취직하여
(이삿짐도 제가 다 스스로 날랐어요 ;;)
매일 노가다를 뛴것같은 그런 기분.
육체적으론 참 고단한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간을 거치고 나서 오늘 일단락 되면서보니
제 마음에 조금씩 볕이 드는 기분입니다.


아니 이십만원만 주면 입주청소 싹 해주는데
왜 저리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분도 계셨고
그런 말씀 하시는게 저도 이해갑니다.

그래도 돈으로 살수없는 뭔가를 얻은것같고
돈으로 할 수 없는 그런 마음의 변화가 조금 된것 같아요

다행이 골병이 들진 않았고
운동이 참 많이 된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면 거의 회복되니
정말 하느님께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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