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엄마 머리 아들 머리

이건 심심하면 한 번씩 나오는 주제 같은데
유전을 대충 아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서
대충 아는 이론으로 누군가 틀린 주장을 하면
다른 대충 틀린 이론으로 누군가 반박을 하고… 이런 게 반복되는 양상이 보여서요 ㅎ

유전 문제 풀다가 지겨워진 김에 잠시 짧게 써 봅니다.

사람의 염색체는 46개입니다. 중고등학교 때 배워서 아시죠.
염색체는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는
유전 물질의 본체인데
여기에 유전자가 있습니다.

사람의 유전자는 약 2만여 개라고 알려져 있어요.
염색체에 유전자가 있는데
염색체 46개에, 유전자가 2만 개 정도다?
그렇다면 하나의 염색체에 수많은 유전자가 다다다닥 들어 있을 거라는 걸 간단히 알 수 있겠죠…

그럼, 문제의 ‘지능 결정’을 어느 유전자가 하느냐…
일단
인간의 형질은 아주 복잡해요.
그리고 형질 발현에 유전 뿐 아니라 환경의 영향도 아주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다 각설하고
사람들이 쉽게 믿는 대로 ‘지능 결정 유전자는 X 염색체에 있다’고 한번 생각하고 봅시다.

사람의 염색체 46개는
일반적인 형질을 결정하는 상염색체 44개 + 성별을 결정하는 2개 (XX 아니면 XY)
로 구성됩니다.
그 중 X 염색체에 지능 유전자가 있다?

있다고 치고…

그럼 아들의 성염색체는 XY니까
엄마의 염색체가 지능 결정하는 거 맞네?
… 그렇게 생각해도 아주 틀리는 건 아닐 수 있어요.

그럼 왜 형제간에 쟤는 1등급이고 쟤는 8등급이냐?
이거 가지고 논란이 분분한데, 이건 당연히 가능합니다.
— 엄마의 X 염색체는 두 개이고
이건 엄마의 부모에게서 하나씩 받은 겁니다.
전혀 다른 집안의 두 염색체가 엄마 안에 있는 거죠.
그게 두 아들에게 각각 다르게 들어간다면?
당연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X 염색체에 얹혀 함께 유전되는 적록색맹의 경우,
아들의 색맹 여부는 전적으로 엄마에 의해 결정되는데
두 아들 중 하나는 정상, 하나는 색맹
이렇게 태어날 수 있거든요.
같은 겁니다.

반면에 딸은
위 엄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부모에게서 각각 하나씩 X 염색체를 받습니다.
그러니 받은 두 염색체의 지능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될지는 실제로 발현이 돼 봐야 알 수 있다고 봐야죠.
지능은 멘델의 우열처럼 딱딱
바보 vs. 똑똑이
이렇게 나뉘어 단일한 한 쌍의 유전자로 유전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딸의 지능을 설명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암튼
대략 설명하면 이런데,
X 염색체에 지능 유전자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두 아들의 지능이 왜 달라!
둘 다 내 아들인데!
이걸 설명하기 위해 한 얘기고요.


사실 인간의 지능은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환경과 양육 얘길 빼고라도
그냥 유전 얘기만 하더라도 말이죠.
난자와 정자가 만들어지는 감수 분열에서
쌍을 이루는 염색체(상동염색체)들이 붙었다 떨어졌다를 하는데
이 때 서로 다른 두 집안(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에서 온 서로 다른 두 염색체가
서로 일부가 끊어지고 붙는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하나의 염색체가 가진 유전자 묶음은 정말 복잡해지거든요.
이걸 ‘다양성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대략 경험의 통계로 보아 ‘아들은 엄마 머리 닮던데?’ 하고 믿고 싶으시다면 말릴 수는 없겠지만
그걸 가지고 뭔가를 확정하거나 비난하기엔…
너무 예외도 많고,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고, 지능 유전자가 그렇게 간단히 한 쌍이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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