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는 지독히 외로운 사람인가봐요.

이젠 우연한 계기로, 제게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친구도,
만나서 즐거운게 아니라
어느날 맞이하게 될 끝이 어떤 형식일지를
떠올려요.

외로움이란 감정이 없을때가
전  여름이더라구요.
더운 아주 더운 여름날.
유리창도 손을 대면 뜨겁고
바람마저도 뜨겁고
가끔 내리는 소나기가 반가운 
그런 여름엔
외롭다는 감정이 덜한데

이렇게 저녁이 빨리오고
나무들마다 붉게 노랗게 단풍이 들고
바람이 스산해지는
이런 가을날엔
특히 11월달엔 더 외로워요.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는 엄마는
저보다도 너무 씩씩하게 잘지내요.
엄마는
외롭다는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대요.
먹고 사는게 바빠서.

혼자 지내는 엄마가 걱정되어서
저녁나절 반찬이나 빵을 사들고 가면
일일 막장드라마를 보거나 전원일기를 보면서
포근한 꽃이불속에 편안히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모습이
게다가 불켜진 방안은 또 왜이리 따듯한 정경인지.

시간맞춰 묵주기도를 드리는 엄마와
그앞에 놓인 온화한 얼굴의 성모님조각상.
그 방에 30분쯤 앉아있다가 나와 엄마네 창문을 올려다보니
밤하늘아래 노랗게 빛나는 창문.그리고 작은 꽃화분들.

연탄구멍개수가 19개라고 했나, 18개라고 했나.
꼭 그 나이에 만난  뽀얗고 해사한 얼굴의 아빠는
곧 술만 마시면 펄펄 날뛰는 그 본색을 곧 드러내었고
제대로 된 회사한번 다니지못한채 헐렁한 츄리닝차림으로
이불속에서 그나이에 맞지도 않는 뽀뽀뽀를 보고, 오후 5시에나 
방영되는 tv프로그램을 기다리면서 무료한
하루를 건덜건덜 보냈던 사람.

학교가면 또 미움받고 얻어맞을텐데 그 뽀미언니의 말은
다정하고 따듯했어요.
그 유년시절내내 선생님과 부모와 동네아저씨,아줌마를 
포함한 어른들에게도 따돌림당하고 미움받고 괄시받는 내내
그 뽀미언니만이 화면밖의 제게 따듯한 말로 존중해주더라구요.

그렇게 크는동안
공부에 흥미가 없어 가슴떨며 갔던 초등학교는
혹시나 또 혼날까봐 웅크리고 있는 저를 기어이 찾아내어
또 때리는 선생님때문에 힘들었고
집에 오면 히스테릭한 엄마와 알콜중독으로 눈이 노란
아빠에게 얻어맞고.

그렇게 크면서 친구도 없이,
겉돌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지금도 친구가 없이
겉돌면서 지내요.

우리엄마 또한 친구가 없었을텐데
저처럼 외로워하지도 않고.

얼마전 우연히 저보다 두세살 많은 언니를
알게되었는데 잘사니깐 박스채로
선물을 곧잘 주는거에요.
저도 답례를 드리는 가운데
이사실을 알게된 엄마가
너, 나중에 상처받잖아.
라고 하네요.

정말 그 상처받는일이
이미 생겼어요.
그냥 저절로 연락이 끊겼어요.
이번에도 흔적없이 끝날까봐
걱정했는데.
인간관계가 다 그렇고
우린 어른들이라 바쁜 일상을 영위하는 거니까
잠시 차한잔을 나누는 짧은 만남인거잖아요.
예의도 교양도 있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 뱉어내면서
절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기지 않는 분을 만나
더 좋았는데
그냥 또 그렇게^^
저도 그런 분이라,
더 말도 조심했고 예의도 잃지않았는데
그냥 이대로 지나가는 과정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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