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쓸데 없이 진지한 오페라 후기(10.1.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022. 10. 1. (토)pm3 국립오페라단
호프만의이야기 (3공)
원포인트 후기

살다보면 인생에서 몇 번은 첫 눈에 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그 사람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런 경험은 인생에서 몇 번 없기 때문에.

내가 '이윤정소프라노'를 처음 본 것은 2017년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코지판투테' 였다.
'이윤정'이라는 소프라노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간 공연이었는데 다른 싱어 보러 갔다가
'이윤정소프라노'에게 첫 눈에 반해버렸다.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가 홀이 작았던 관계로 이윤정소프의 엄청난 성량에 홀이 쩌렁쩌렁 울렸다.
'우와~~ 이런 소프라노가 있었구나?'
놀란 내 심장이 '쿵~' 하고 지하 3층까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지하2층입니다.)

수정같이 맑고 아름다운 음색에 칼음정에 부드러움까지 갖춘 아주 힘 있으면서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리. 거기다 연기까지 잘한다. 우와~~

저런 소리는 사람이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신이 허락해야 나는 소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 교회 안다님.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저 분은 하나님이 특별히 사랑해서 정성들여 만드셨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로부터 5년 만에 다시 그녀의 오페라를 보게 되었다. 국립오페라단 '호프만의 이야기' 여주인공 '올림피아'
대한민국 소프라노 중 내가 덕질하는 3명.
캐슬린김, 이윤정, 강혜정

근데 이윤정, 강혜정소프가 국립오페라 '올림피아' 더블캐스팅이래. 실화입니까?

캐슬린김은 지난달에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루치아'를 했다.
(만화도 이렇게 그리면 욕먹어요. 말도 안된다고.)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오는구나.
내 평생에 못 보나 했더니.......
긴 기다림 끝에 감사하게도 그녀의 '올림피아'를 보게 되었다. (하하하~내가 뭐 그렇게 한게 있다고 이런 복을 받나.....)

공연하는 날까지 그녀가 아프지 않기를,
내가 아파서 못 보러 가는 일이 없기를,
그녀가 '인형의 노래' 할 때 제발 제발 기침하는 관객이 없기를......기도....기도.....

토요일에 모든 기도가 이루어졌다.

이윤정의 '올림피아'
그녀는 아름답고 완벽했다.

인형의 노래가 끝났을 때 나는 생각했다.
' 아~~ 이거 대단한건데......제발 오늘의 관객들이 그녀를 알아들었기를.'
'인형의 노래'가 시작되고 오페라하우스의 공기가 마법처럼 아름다워진 것을 모두가 느꼈기를.

인형의 노래는 이 오페라의 '하일라이트 중 하일라이트'다. 특히 나처럼 '콜로라투라'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그렇지만 너무 극 고음이라 잘 부르기도 어렵고 조금만 삐끗해도 바로 표가 나는 어려운 곡이다.
캐슬린김이 메트에서 HD영상물까지 찍으며 확실한 세계 1등을 먹은 이 노래를 나는 영상으로 2천8백번 봤기 때문에 눈이 높을 데로 높아 하늘 꼭대기에 가 있었지만,

이윤정소프라노는 그런 눈 높은 관객인 나를 충분히 감동하게 했다.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 뚫고 우주로 가버린
그녀의 아름답고 짜릿한 극강의 고음을 들었다.

"말도 안돼! 이건 완벽한 피치의 하이G야 !!!!! "

그녀가 다르게 부른다는 걸 나는 알아차렸다.
노래의 끝부분 마지막 카덴짜에서 원래 "아~~아~~~~~~~오~" 이렇게 하이D에서 다시 음이 내려오면서 마무리 되는데,
이윤정소프는 이날 하이D에서 음을 더 올려 '하이G'를 길게 뽑았다.

하~~~ 이런 미친!!!!!!
하고 싶은거 다 하시는구나!!!!!!

짜릿했다. 속이 뻥 뚫렸다.

그녀가 연습실에서 보냈을 그 인내의 시간들이 이 무대로 모두 보상 받기를 바랬다.

시간이 지나면 감동은 희미해지고
기억은 왜곡된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다.

가끔은 잊혀지지 않는 것이 힘든 일이 될지도 모른다. 또다시 듣고 싶을테니까.

그 남겨진 시간들과 긴 기다림. 그 외로움과 허무함에 중독된 이유로 오페라를 기다리고 오페라를 본다.

나는 2022.10.1. 토요일 밤
그녀가 선물해준 그 소리에게 나의 순정을 다짐했다.

그저 그녀가 오래 건강하게 노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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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시려면 (2017년 대구오페라하우스 리골레토 영상)
https://youtu.be/xGN457LeNdA

출연했던 다른 성악가 바리톤양준모, 소프라노 김순영 듀엣
(돈조반니 아리아 )
https://youtu.be/cW643LJjBaQ
이 영상 안보고 죽는 사람 없게 해달라고 제가 동네방네 소문 내고 있는 며칠전 올라온 따끈따끈한 영상이에요. 음색도 미쳤고 연기가 미쳤어요.
남의 새 신부 꼬셔서 침대로 끌고가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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