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런게 우정일까 싶어요

그냥 오늘 일이 한가하길래 소소한 잡담 ㅎ
저 삼십대때 스포츠센터에서 알게된
다섯살 위 언니가 있어요
저는 결혼 후 바로 임신해서 회사 그만두고
전업하면서 둘째까지 낳고
매일 육아와 시집일에만 매진?하다가
좀 지친다...할 즈음이었는데
남편이 바깥공기도 좀 쏘이고
뭔가 취미를 가져라 요즘 너무 웃음이
없어진것같다 해서 단지 내 스포츠센터를
다니게 됐어요
수영 골프 에어로빅 스쿼시 탁구 등등
많았는데 제가 춤 추는것도 좋아하고
음악 쿵쾅거리는걸 좋아해서
난생첨 에어로빅을 하게 됐죠
언니는 저보다 훨씬 오래 된 회원이었는데
당시 흔한 분위기는 운동 끝나면
다 모여서 센터 아래층 카페에서
수다 떨면서 뭐 마시다가
시간 넉넉한 사람들은 밥 먹으러도 가고
뭐 여튼 모여라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근데 이 언니는 거의 센터 초창기 멤버라는데
거기 절대 안끼고 딱 운동하고 씻고 휙
가더라구요
아주 쉬크한 분위기였고 뭔가 포스가 느껴져서
전 그 언니가 항상 궁금했어요
고참언니들에게 주워들은 얘기로는
중학교 수학선생이었고 남편도 교사였는데
아이 하나 낳고 이혼했고 아이는 남자가 키우고
이 언니는 학교 그만두고 무슨 장사하는것같더라
정도였구요(그분들이 어찌 아는지는 지금도 불가사의)

이후 저도 다시 일을 하게 돼서
그 핑계로 운동 뒤풀이에서 빠지게 된 어느날
운동끝나고 걸어서 집(센터가 저 사는 아파트)
가는데 그 언니가 차빼러 주차장으로 가더라구요
항상 일방적으로 저만 안녕하세요~~했고
언니는 미소도 없이 목례만 마지못해 하는
사이였는데 ㅋ
그날은 제가 종종 뛰어가서
시간 괜찮으시면 커피 마시고 가자했어요
거잘할거다 생각했는데 그러자하더라구요
센터커피숍은 아는사람 많으니까
딴데 가자면서 차 타라해서 냉큼 올라타고
갔는데, 와 진짜 그 언니가 데려간 커피숖
맛이 넘나 좋았어요
대화도 너무 좋았던게 가족얘기나
운동 같이하는 사람들 얘기 전혀 없이
운동에 관한거, 운동복 어디서 사는지
어떤 운동을 했었고 어떤게 또 하고 싶나
뭐 그런 얘기들로 한시간쯤 같이 있었어요
저 집 앞에 내려주면서 묻더라구요
왜 차마시자했냐고
언니 운동복이 항상 넘 특이하면서도
언니에게 잘 어울리는 걸 잘 입어서
관심이 갔는데 도통 같이 어울리질 않아서
기회가 없었다했더니
ㅇㅇ씨도 아주 멋져요 성격까지 좋고..
하면서 웃더라구요
이후 가끔 서로 시간되면 차도 마시고
밥도 먹으러 가고 와인바도 가고
영화도 보구요
노래방도 가봤어요 ㅋㅋ
그 가끔이 일년에 한두번이었지만요 ㅎㅎ
제가 삼십대 중반 언니는 사십 갓 넘었을때였는데
지금 이십년이 지났어요
언닌 육십고개를 넘어섰죠
지금까지도 단 한번도 언니 가족사를 묻거나
제 가족얘길 안 묻는데 먼저 말해본 적이 없네요
근데도 뭐랄까? 참 깊어요 둘의 관계가요 ㅎㅎ
서로의 가치관과 심성을 너무 잘 아는 느낌?
지금도 일년에 한 두번 보는게 전부고
카톡도 통화도 만날때 말고는 거의 안하는데
항상 가까이 있다는 기분이거든요
둘 다 오래 건강하게 지금처럼 잘
지내면 좋겠어요^__^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