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옷 입는 즐거움, 내 마음대로 입을 자유


이번 여름에 유럽을 오랫 동안 여행하면서 예전과는 다르게 한 가지 눈에 들어왔던 건 
사람들의 차림새에 관한 거였어요.
너무나 다양하게 입은 사람들의 옷차림이 계속 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단단한 나만의 옷차림에 대한 규정 내지 두꺼운 편견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요
시작은 유럽 어느 도시를 가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옷차림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고 있지 않은 걸 
느끼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어요.
처음에는 내가 눈을 어디다 줘야 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했는데 생각해보면 이건 
여자인 내가 아니라 보통 남자들이 여자들이 여름에 과감한 옷차림을 하고 눈앞에 있을 때라거나
일반적인 차림새보다 파격적인 옷차림일 때 많이 하던 소리였는데 그걸 내가
같은 여성을 보고 그러고 있으니 뭐지 싶었죠.
여름이니까 더워서 짧은 옷을 입었다쳐도 상의는 가슴의 골이 너무나 훤히 보이는 옷차림이
전철에 주루룩 안장 있는 여자들 대다수가 그렇고
거기다 특히 하의가 진짜 놀라운데 엉덩이양쪽 라인은 아무것도 아니고 
심하게 말하면 가운데 점 하나 가리고는 거의 다 드러나다시피할 정도의 반바지를 입고
거기다 서양인들 다리는 셀룰라이트도 많고 전철 타고 가면서 계단 위나 에스컬레이터 위에 선
내 앞의 여자 몸을 안 볼래야 안 볼수가 없어서 보면 너무 적나라해요.
그런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라구요. 하기야 신경 쓰면 누가 그걸 입고 다니겠어요.
거기다 그 말도 많은 레깅스 그것도 와 정말 쫙 달라붙은 그 레깅스에
체형이 한국인과 다르게 그 사람들은 허벅지가 엄청 두껍고 엉덩이 터져 나갈듯해도
다들 so what?의 자세라고나 할까 그랬거든요.
처음과 달리 한 달쯤 지나니 이제 내 눈도 그냥 동화가 되었는지 그닥  그게 신기한 눈요기거리도 아니었구요
다들 나는 내 입고 싶은대로 입으니까 너도 너 입고 싶은대로 입어, I don't care 더라구요.
그쯤되니 저도 한국에서와는 달리 좀 옷입는데에 편해지고 대충 잘 가리고 나가는 정도에서
신경을 안 쓰게 되었죠.
물론 대도시와 작은 도시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이번에 확실하게 느낀 건 우리 안에 감옥은 내가 만든다는 것, 누가 이러 저러해라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의식에 라인을 긋고 거기를 벗어나면 큰 일 날듯이 하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이 어찌 입든, 그게 싼티나는 거든, 그야말로 돈으로 쳐발라서 럭셔리 브랜드로 감든 말든 나하고 무슨 상관인가요?
나는 내 삶에 충실하면 되고 
내 자유를 존중받기를 원하는만큼 남의 자유도 침해하지 않고 살면 된다는 거였어요.
각자의 취향은 있죠. 그러니 거기에 충실해서 살면 되는 거고 내가 성인인 누군가의 취향까지 정해줄 필요는 없다는 거
그리고 아무도 평가 받기를 원하지 않는데 평가하면서 상중하를 논하는 것도 무례한 짓이다라는 것도요.
빽구두를 추리닝 바지 아래 신든 말든 내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런 자유는 마음껏 누리고 우리에게 허락된 게 아닐까요?

나이가 들고 커가면서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점점 늘어나죠.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게 얼마 안되는데
그나마 누릴 수 있는 취향의 자유를 다른 사람이 침해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다는 거, 아니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
하고 내가 기준일 순 없다는 거 정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하지만 저도 저 나름의 취향은 있어서 이제 나이가 좀 되고 보니 이제까지 제 취향껏 모은 옷들
저는 그것만으로도 아주 호호할머니 되기 전까지는 몸이 나지 않는 한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는 환경보호적 차원에서 옷은 앞으로 사지 않고 최대한 있는 것 입다가 돌아간다로
하고 있습니다만 남이 뭘 입든 아무도 신경쓰지도 않고 또 한국인 눈에는 엄청난 몸매로 보이는 
서양인의 그 큰 엉덩이와 불룩불룩 튀어 나온 살에도 불구하고 엉덩이와 다리를 다 드러내든
자기 가슴 골이 보이는 옷이든 입고 싶은 대로 입을 수 있는 사회를 경험해보니 
그런다고 해서 무슨 큰 난리나는 것도 아니고 죄다 그렇다 보니 남자들도 신경도 안 쓰고
살아가는데 문제없구나 였답니다.
이슬람권 어느 나라도 몸을 천으로 다 가린 그쪽 문화권 여자들만 보다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여자들이 조금만 살을 내놓아도 그렇게 야해 보여서 쳐다 본다는데 
결국 다 벗는다고 야한 것도 아니고 다 가린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고 
눈에 익숙해지고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존중의식 유무가 문제인 것 같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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