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퇴직 이후의 삶이 두려워요

40대 후반이고,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근무 환경이 괜찮은 편입니다. 매일 점심 시간마다 동료들끼리 수다 떠는게 일상의 큰 낙이에요…기본적으로 회사 내에 오래된 친구 같은 든든한 동료들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사정상 정년까지 못다니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요즘 부쩍 퇴사 이후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어려서부터 걱정이 많은 비관주의적 성향이 좀 있고 겁도 많고 외로움을 좀 탑니다…사실 성장기에 별문제는 없어서 이런 성향도 점점 나아지는 듯 했는데, 20대 후반 대학원 시절, 하필 잠시 혼자 살던 기간에 진로랑 연애 문제가 동시에 꼬이면서 방황하다가 우울증이 걸려서 한두달 앓은 경험이 있습니다. 상담 한두 번 받고, 부모님의 귀국으로 금방 털어냈지만, 그 때의 무기력한 느낌이 트라우마처럼 강하게 남아 있어 저는 그 이후로 혼자 장기간 집에서 지내는 것이 저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공부 계속하는 것도 성향상 안좋을 것 같아 졸업하자마자 취직을 하고 적당한 시기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외롭거나 한가할 틈 없이 지금까지 잘 지내 왔습니다.

요즘 같은 가을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껴지는 암담하고 허망한 기분..혹시 아시나요? 나이가 드니 부모 걱정, 자식 걱정에 내 노후에 대한 불안감, 회사 관련 온갖 잡념에서 인생의 덧없음 같은…근원적인 우울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해야하니 억지로 이것저것 하게 되는 삶이 저에게는 우울에 빠지지 않게 하는 버팀목이었던 것 같아요. 일이 힘들때도 있고 가족이 짜증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의무들을 하나하나 해치워 나가면서 목적 의식도 생기고 화도 내고 즐거움도 느끼면서 하루하루가 활력 있게 채워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출근하지 않는 삶, 자식이 더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삶, 구속하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안정감을 주는 일상의 틀이 전부 사라진 삶이 벌써 두려워요. 인생의 허무함을 온몸으로 견뎌야 할 것 같아서요..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면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그것만으로 충족이 될까요? 취미도 억지로는 못만들겠더라고요. 혹시 저 같은 고민을 하거나 비슷한 경험, 성향이신 분들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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