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남편과 행복할 때마다 떠오르는 불우했던 어린시절 기억. .

결혼을 했고, 남편과는 아주 잘 지냅니다.
때로는 남편같고, 때로는 아빠같고, 때로는 제가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도 들고 그래요.
근데 유난히 남편에게 아기처럼 굴 때가 있는데, 그것을
남편이 매우 잘 받아주어요.
그럴때마다 저는 아빠의 사랑 듬뿍 받으며 장난치는 딸처럼
꺄르르 꺄르르 숨넘어갈 것 처럼 웃는 아이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요. 왜 이런 감정에 포커스가 맞춰졌는지 생각해보니
제가 어린시절에 아빠의 사랑을 그렇게 따뜻하게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의 저는 아빠와 표면적으로 잘 지내고, 잘 챙기는 딸
이지만 아빠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어릴 때 아빠는 엄격하고, 폭력적인 면도 있었고, 말도 거칠고,
엄마를 많이 괴롭혔거든요.
다행이 나이 들면서 아빠도 유해지셨고 엄마와는 잘
지내지만, 제때 제때 겪어야했을 아빠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사실 제 마음 깊숙히에는 분노가 깔려있는것 같기도 해요.
일단 아빠와 대화할 때 제가 말이 곱게 나가지 않더라구요.
원래 가해자는 빨리 잊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빠는 그러했던 본인의 모습은 기억 못하고 제가 더 살가운
딸이 되기를 바라고 있죠.

남편이 저에게 매우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고, 시부모님 또한
매우 존경할 만한 인격을 가진 분들이셔서
저는 가끔 남편이 부러워요.
그리고 제 딸의 아빠가 남편이라서, 어린딸이 부럽고 다행으로 여겨져요.

문득 남편과 장난치다가 남편 팔에 기대어
또 아기처럼 꺄르르 꺄르르 웃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서는
왜 이런 좋은 순간에서야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 어두웠던 기억이 떠오르는걸까
궁금해져요.

평소에는 잘 생각이 안나서, 부모님이랑도 저는 잘지내고
자주 교류하며 딸노릇 잘하고 살거든요.

근데 남편이 저에게 다정하게, 포용적으로 나를 품어주고
있으며 정말 나를 사랑해주고 있구나를 느끼는
사소한 순간. . 그 찰나에
원가정에서 힘들고 어려웠었던 어린시절의 제가 생각나서
슬픕니다.

치유되고 있는 느낌보다는
뭔가 되게 슬퍼요.


행복한 순간들에, 왜 이런 감정이 들까요?
그리고 어떻게하면
과거 어린시절 기억을 치유할 수있을까요.
그때는 아빠도 어렸을테고, 엄마도 그랬을테고. . .
지금 내가 그 분노를 품고 있다해도 달라질게 없잖아요. .
가끔씩 찾아오는 기억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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