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지 몇 년 됐고
서로 감정은 여전한데 제 상황상 헤어져서
아련하게 남은데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면 왜, 가끔 생각도 나고 보고싶기도 하고
싱숭생숭 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오늘 지나다가 문득 그 사람과 아주 닮은 사람을 봤어요
뒷모습이었는데 닮은 정도가 아니라
‘똑같다’는 말을 써야 할 만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가진 사람 이었고
그 사람이 자주 입던 바지와 똑같았고
심지어는 앞모습도 얼핏 비슷해서
앞모습을 보자마자 한 0.1초 정도
그 사람이구나 하고 순간적으로 가슴이 쿵 내려 앉았어요
그런데 한 1초 응시하니 아니네요
확실히 참 많이 닮긴 했지만, 아니었어요
그리고 한 10초 지나니 그 사람이 눈에 더 선명하게 들어오면서
뭔가 머리에 댕 맞은 것 처럼 명확하게
아 내가 저런…저렇게 별 볼 일 없는;
지나가는 인파 중 그저 한 명에 지나지 않는
그런 사람을 그렇게 특별하게 여기고 사랑했었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 못해봤었거든요
그 연애 자체를 스스로 너무 안타깝게 여기느라
몇 년이 되도록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도 없었던 거에요
이제와 생각해 보니
불룩 나온 배와 굽은 등
낡고 오래된 가방
정돈되지 않았던 바지와 운동화
아 내가 그런 사람을 사랑했었구나
이게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수년 전 끝난 연애에 이제사 권태기가 와서
정나미가 확 떨어진 것 같은 느낌
애초에 다 지난 일이니 이제사 변할 건 아무것도 없지만
적어도 괜히 스산한 바람불면 쓸쓸해 하고
정동길 걸을때 괜히 싱숭생숭 하고
이제 그런 헛짓거리는 안해도 되는거구나
정신이 아주 맑아졌어요
참 이상한 경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