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 둘다 직장일이 바쁘기도 하지만 살림을 워낙 못하니까 그냥 손을 놓아버린지 몇년 된거죠. 정리를 해야지 대청소를 해야지 하면서도 워낙 도와줄 인력이 부족한 시골 마을이고 저희 둘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 지금은, 이것도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보헤미안 스타일 ㅎㅎ 하면서 버티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서울에서 사촌오빠 언니가 놀러 오신대요. 두분다 정년퇴임하시고 아들딸 둘다 저희 동네에서 2-3시간 거리로 유학오게 되어서 겸사겸사 다니러 오신대요. 그건 진심으로 반갑고 좋죠. 얼마나 사람이 그리운데요. 근데 이 언니가 엄청 유명한 살림의 달인이거든요. 직장 생활 30년 하시면서 집안 살림도 언제나 빤짝빤짝하게 하시고 요리도 한식 중식 자격증까지 따셨고 아이들 학업 관리 재테크까지 빈틈없이 훌륭하게 잘 하셨고요. 그런 언니가 저희 집에 와 보시면 얼마나 충격을 받으실런지. 지금 갑자기 도우미분들 섭외하고 있는데 여긴 남의 집 청소해 줄만큼 헝그리 한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정말 멘붕이네요. 저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지금까지 쌓여있던 옷들 닥치는 대로 집어서 여섯 상자 버렸는데도 침대방과 옷방에는 별 차이가 못 느껴지고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밖에서 쥐들이 자꾸 들어와서 저희 고양이들과 밤마다 전쟁을 벌이는 처참한 상태예요. 깔끔하고 쾌적한 한국 아파트에서 지내시던 언니 오빠가 와 보시면 충격이 크실텐데. 그래도 간만에 오시는데 밖에다 모시고 싶진 않고요. 빠르게 그러면서도 효과있게 집안을 정리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살림의 고수님들 조언 간절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