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살림 꽝손 손님 초대까지 3주, 뭐부터 할까요

저는 해외에 살고 있는데 워낙 시골 오지라 한국에서 손님이 오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근처에 이럴만한 대도시나 관광지가 없어서요. 처음 집 샀을 때 부모님 한번 와서 보고 가신게 끝. 집이 거의 100년 가까이 된 낡은 목조건물이라 마룻장은 삐그덕 거리고 페인트는 여기저기 벗겨지고 저희 부부는 정리도 살림도 잘 못하고 그냥 늘어놓고 살아요. 그나마 지인들이 들락날락하는 아랫층은 가끔 청소기라도 돌리지만 윗층의 방들은 서재에는 책과 서류가 빼곡히 널부러져 있어서 발 디딜틈이 없고 아이방은 아이가 비슷하게 어질러 놨고 침대방에는 사계절 옷들이 바닥에 쌓여 있어요. 

저희 부부 둘다 직장일이 바쁘기도 하지만 살림을 워낙 못하니까 그냥 손을 놓아버린지 몇년 된거죠. 정리를 해야지 대청소를 해야지 하면서도 워낙 도와줄 인력이 부족한 시골 마을이고 저희 둘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 지금은, 이것도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보헤미안 스타일 ㅎㅎ 하면서 버티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서울에서 사촌오빠 언니가 놀러 오신대요. 두분다 정년퇴임하시고 아들딸 둘다 저희 동네에서 2-3시간 거리로 유학오게 되어서 겸사겸사 다니러 오신대요. 그건 진심으로 반갑고 좋죠. 얼마나 사람이 그리운데요. 근데 이 언니가 엄청 유명한 살림의 달인이거든요. 직장 생활 30년 하시면서 집안 살림도 언제나 빤짝빤짝하게 하시고 요리도 한식 중식 자격증까지 따셨고 아이들 학업 관리 재테크까지 빈틈없이 훌륭하게 잘 하셨고요. 그런 언니가 저희 집에 와 보시면 얼마나 충격을 받으실런지. 지금 갑자기 도우미분들 섭외하고 있는데 여긴 남의 집 청소해 줄만큼 헝그리 한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정말 멘붕이네요. 저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지금까지 쌓여있던 옷들 닥치는 대로 집어서 여섯 상자 버렸는데도 침대방과 옷방에는 별 차이가 못 느껴지고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밖에서 쥐들이 자꾸 들어와서 저희 고양이들과 밤마다 전쟁을 벌이는 처참한 상태예요. 깔끔하고 쾌적한 한국 아파트에서 지내시던 언니 오빠가 와 보시면 충격이 크실텐데. 그래도 간만에 오시는데 밖에다 모시고 싶진 않고요. 빠르게 그러면서도 효과있게 집안을 정리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살림의 고수님들 조언 간절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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