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언제 죽어야 할까

40대 4기 폐암 환자입니다. 생존을 위한 인간의 기본적인 행위 - 식사, 배설 등 - 을 남의 손에 맡기는 상황이 오기 전에 스스로 떠날 계획이고요.

이제껏 먹는약으로 치병중이었고, 내성이 생겨서 임상에 참여했는데 이것도 이제 약발이 다 한 듯 싶습니다. 이제 남은건 세포독성 항암, 일반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주사 항암만 남았네요. 뇌에도 전이가 있었는데 잠시 없어졌다가 약내성이 오니 다시 생긴 것 같아요. 

뇌전이 이게 참.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섬망이 오면서 치매 노인처럼 살다가 죽게 하는 것이 이 뇌전이거든요. 병원에서는 감마 나이프 치료를 하자고 하는데, 뭐하나 물려 받은거 없지만 남들보다 좋은 머리가 제 유일한 자랑이었는데, 결국 이것조차 잃어버리겠구나 싶어서 망설여집니다. 

자식은 없고, 남편은 애틋하지만 병간호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힘들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로 애틋할때 좋은 추억만 남기고 떠나고 싶어요. 

이제 때가 가까워 온 것 같기는 한데. 막상 죽음을 실제적으로 생각하니 아직은 시기 상조인 것 같기도 하고. 뇌전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미리 가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한달 간 밥을 먹지 못해 꼬치 꼬치 말라서 늘어져 있는 나. 가끔은 속옷에 실수를 해서 팬티를 빨아야 하는 나. 그래도 아직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있으니 아직 죽을 때는 아닌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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