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전 간호사인데요. 아래 뺨 맞은글 읽다가 생각난거...

아래 선생한테 뺨 맞은글에 댓글에

어느분 부모님이 혹시 부당한 일 당하면 학교라도 당장 나오라는 댓글 있던데...



저희 친정이 재력은 있는 편인데 두 분 모두 저학력에 억쎄고 맨날 싸우는 집안 이었어요. 고2말에 가고 싶은 과가 온통 문과더라구요. 고3 올라가자 마자 담임에게 문과반으로 옮겨 달랬더니 애들앞에서 지랄발광을 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뭐 어렵다고...

공부를 좀 하는 편이라 지 실적 하나라도 도움되려고 그런듯. 노골적으로 교감승진해야 한다고 말했으니..

그러니 그때부터 공부가 안됨. 밤10시까지 야자하면서도 머리에 글자가 안들어오고. 이미 재수해서 문과가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진짜 공부 안되더라구요.

그렇게 공부가 안되어도 원서는 넣어야겠고 합격후 재수하려고 지방이었던 우리지역 거점 국립대 간호학과 넣고 합격함.

담임이 왜 간호사되려고 하냐고 서울 모여대 식영과 쓰라고(여대 애찬론자)

어짜피 재수할거라 아무생각 없다는 말도 안 나오고..

막상 재수도 못하고...

4년 세월이 흘러 졸업하게 되었고 간호사는 더욱 하기 싫어지고..

하필 해마다 받아주던 자대병원이 그해 안 뽑음.

그래서 다들 이고지고 서울로.. 대화가 안 통했던 울 엄마, 역시

다른 부모와 달리 떠나는날도 무심..

현관 열고 짐 들고 막 떠나려는데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하심..

힘들면 바로 내려와. 너 시집 보낼 돈은 있으니까 서울서 힘들면 버티고 있지 말고...

막 시작하는 자식에게 무슨 저런말? 하며 역으로 향했는데

하.. 진짜 너무 힘들더라구요. 원래 하고 싶지 않은 일이어서인지.

그런데 엄마의 그 말이 떠오르는거에요.

아. 맞다. 힘들면 바로 내려오랬지. 울 집 좀 사니까...

평생 엄마를 좋아해 본적이 없었고 깊은 대화도 해본적 없는데

엄마의 그 말만은 신뢰가 가더라구요.

그후 오늘 하루 더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관두고 내려가자.

이런 마음으로 출근, 이게 한달 반복. 두달 반복. 넉달 반복.1년 반복...

그러다가 25년도 더 지난 지금도 서울서 살고 있어요.

만약 엄마가 그때 열심히 해서 승진도 하고 등등 했으면

오히려 폭팔하듯 내 인생 엉망이 되지 않았을까 싶고요.

저도 자식 키우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는 돌아갈수 있는 부모품이 있다는 것이 진짜 중요하네요. 나이 먹으면 부모자리에 배우자, 자산이 대신겠지만요.
서울서 이렇게 자리잡고 사는건 결국 평생 대화 안 통하다 생각했던 우리 엄마덕이었네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