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재명 아버지 축구팀

이재명이 아버지는 대체 몇명인건지.

(펌)이재명 아버지의 축구팀 이야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이재명이 그때 그때 아버지의 직업을 다르게 이야기하니, 아버지를 다 모으면 드래곤볼보다 더 많아서, 축구팀을 하나 만들고 후보까지 넉넉히 남는다는 우스개소리입니다.

이번 추석 고향에 방문한 이재명이 농사 짓던 아버지를 추억하니 몇번째 후보냐며 농담거리가 된 것입니다. 2006년 자서전에서는 농토도 별달리 없어 도박이나 한다고 했었죠.

"아버지는 별다른 농토도 없었고, 그나마 당시 유행대로 돈이 생길 때마다 밤에 몰래 모여 화투장을 쪼이고, 결국 도박습벽이 들어 집문서, 땅문서까지 잡히다 보니 결국 없는 재산이나마 거덜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재명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두메산골에 산다면 여러 직업을 가질 수도 있죠. 광부를 하다, 화전민을 하다, 군대는 하사관으로 다녀왔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아버지의 다양한 업을 돌아가며 말하다 보니 신뢰성을 잃는 것입니다. 산에 가면 광부요, 들에 가면 농부요, 시장에 가면 청소부요...

이렇게 자주 말을 바꾸다보니 블랙코미디도 만들어집니다. 그중 전두환을 둘러싼 모험극을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말이 자주 바뀌는 정치인도 한국 헌정사에 드물기 때문에 기록해둘 만 합니다.

21년 10월 19일. 부산에 간 윤석열, 이 흘러내린 짜장이 황당하게도 전두환 칭찬을 했습니다.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이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 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 그거는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다음 날까지 사과를 안하고 버팁니다.

"12·12와 5·18은 그에 대한 정치 평가와 무관하게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전두환이라는 이름 자체를 금기시하기보다는 역사를 통해 배울 건 배우는 게 맞다."

욕 쳐 먹을 말을 하고난 뒤, 도리어 시민들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짜장 그릇이 뒤집어질 만큼 욕을 바가지로 쳐 먹습니다. 심지어 국힘당 내부에서도, 조선일보도 모두 손을 잡고 윤석열을 까댔습니다.

윤석열은 취지가 그런 게 아니었다며 버티다가, 이틀 뒤에 사과를 하죠.
그러나 그 유명한 개사과가 이어지며 찌질한 떡밥이 남겨집니다.

이 호재를 이재명이 가만히 뒀을리 없죠.

10월 22일
이재명은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윤석열을 깝니다.

"전두환씨는 내란범죄의 수괴고, 집단학살범. 국민이 맡긴, 국민을 지키라는 총칼로 주권자인 국민을 집단살상한,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학살 반란범이다."

단호하고 준엄하게 윤석열을 비판합니다.

"민중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어서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그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

시간은 한달이 지나…

12월 11일.
경북 칠곡을 방문한 이재명은 이런 말을 합니다.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

윤석열의 말과 별차이가 없습니다. 윤석열은 전두환의 인재등용을 인정한다는 발언을 했었고, 이재명은 경제를 잘 이끈 성과가 있다고 칭송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당혹했습니다. 불과 한달 전 윤석열을 비판하러 광주까지 달려간 사람이 맞습니까.

다음 날 12일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 진영논리다.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

환상의 콤비, 아니 환장의 콤비입니다. 시민들을 가르치려고 듭니다. 이재명은 사과를 거부합니다. 진영논리를 세우지 말라는 겁니다. 전두환의 경제 성과 인정을 거부하면 사회가 불합리해진다고 합니다. 인정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한달 전의 윤석열 비판을 뒤집는 게 되지 않습니까.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을까요. 윤석열은 이틀을 버텼지만, 이재명은 보름을 버팁니다.

27일
"좋은 정책이면 어느 정권 것이든 쓰자는 차원의 얘기를 한 것인데 매우 부적절한 예까지 가 버렸다. 저의 실수이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 사람은 학살, 반란, 그 이후 비민주적 정치 행위까지 용서의 여지가 없는 중대 범죄자. 오해할 수 있게 만든 발언은 제 잘못."

사과를 하긴 했는데 오해시켜서 죄송하다며 쿠션을 먹여 버렸습니다.

그러면 판정을 내려봅시다. 전두환 건에서 이재명, 윤석열 누가 승자일까요. 매우 치열한 승부 아닙니까.

정리하자면, 윤석열은 이틀만에 찌질 사과후 개사과 콤보를 날렸습니다.
이재명은 잘못이 무엇인지 준엄하게 비판한 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보름만에 쿠션 사과를 날렸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광주시민의 인내심이 승리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민주당이라서 이재명에게 표를 준 것입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비전도 철학도 없이, 유리한 쪽을 찾아 아무 말이나 하다보니 생긴 희대의 해프닝이었습니다.

문득 든 생각인데, 이재명의 아버지들로 축구팀을 만드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둘로 갈라, 농구팀으로 두 팀을 만들고 각 팀에 후보로 두 명을 배치하면 경기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실력이 똑같을테니, 이재명과 윤석열의 대결처럼 짜릿하고 박진감이 있을 겁니다.

화전민 아버지가 열심히 드리블해서 경찰 아버지에게 패스하면, 바운스 패스로 이어받아 도박꾼 아버지가 레이업슛을 하는데, 그걸 청소부 아버지가 빗자루를 뻗어 블로킹하고 리바운드로 공을 따내어, 평생 남의 돈 바란 적 없는 성실 아버지에게 멀리 롱패스를 하는 겁니다. 흥미진진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이재명이 아버지 소개를 열댓 번만 더하면 리그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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