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야자 때 일이었어요.
전 공부만 할 줄 알고 눈치는 많이 보지만 임기응변이 약하고 거짓말은 잘 못 하는 소심한 학생이었어요.
그 당시 우리학교에서는 야자시간이 되면 다른 반 학생들과 섞어서 앉았던 것 같아요. (고 2부터는 전교 성적순)
그때 제 옆자리에 앉은 애는.. 저와는 다른 반이었고 기가 세고 공부는 중상정도는 했던 거 같고.. 비슷하게 기센 애들끼리 어울려 다녀서 저와 친하진 않았지만 얼굴은 아는 애였어요. 인싸 스타일이었던거 같아요.
야자 때만 나란히 앉아서 공부만 조용히 하니 얘기도 별로 안하고 신상도 잘 모르고 그랬죠. 걔는 쉬는 시간만 되면 자기 패거리?애들하고만 얘기하고.
그 날따라 야자가 시작했는데도 그 애가 자리에 계속 없더라구요.
하필 그날 야자 감독 선생님이 제 담임이었어요. 제 자리옆으로 오시더니 저보고 얜 언제부터 없었냐, 어디갔냐고 하시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니 그 순간 교실전체가 엄청난 침묵이었어요.
전 언제부터 없었는지,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했구요..
선생님이 교실을 떠나자 마자 갑자기 교실 여기저기에서 일제히 큰소리로 저에게 엄청난 비난을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없었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잠깐 나갔다 곧 돌아온다고 얘기해야지.. 이런 식으로요.
알고 보니 그 애가 독실한 교회신자였는데 그 주간이 크리스마스 주간이라 야자시간에 몰래 합창반 연습하러 간거였대요.
전 전혀 모르고 있었고요. 아무 얘기도 안해줬고..
그애가 지 친구들사이에선 인기가 좋은 애였는지 애들이 일제히 저를 막 비난을 하는데.. 제가 너무 당황하고 상황파악이 안되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제 뒷자리 옆에 앉아있던, 저랑은 별로 안 친했던 친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얘는 아무것도 모르니 그렇게 얘기하지 왜 얘한테 뭐라하니, 다들 그만해!]
이러는거에요.
그러자 갑자기 다들 조용해지고...정말 너무 고마워서 눈물날 뻔했어요.
다음날 그 애는 우리 담임에게 엄청 혼났다더라구요. 맞았다는 소문도 있었어요.;;;
우리 담임과 그 애 담임사이가 안좋아서 더 심하게 혼났다나..
그런건 또 어떻게 다들 알고 있는데 역시 저는 모르고 있었고요,
눈치껏 얘기했으면 될 일을 제가 멍청하게 대응한 거니..다들 절 비난할때 혼자 제 편들어주기가 힘들었을텐데..
바로 즉각적으로 큰소리를 내줬다는게 아직도 참 고마워요. 저랑 친하지도 않았는데요..
벌써 30년 된 일이라 이름도 이젠 기억이 안나지만 여장부 언니 같은 느낌이었던 그 친구는 아직 이따금 생각이 나요.
그 친구 영향을 받아.. 저도 좀 당당하게 불의를 보면 큰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었어야 하는데..
전 나이가 이렇게 들어도 여전히 소심하고 눈치보고 정당한 말도 잘 못하는 소시만으로 살고 있네요..
그 친구가 아주 잘 살고 있길 바래요.. 고마웠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