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길에 있습니다. 시가는 경남인데 아직 1시간 반 더 남았대요.
어머니한테 “어머니 저희 4시반에 나왔는데 10시 도착이래요”하고 전화했다가 “11시 도착이래요”했다가 “12시 도착이래요” 세번 전화했는데 그때마다 우리 어머니 “응 조심히 와!”라고 하시고 별 말씀도 없어요.
늘 무슨 얘기 하면 “너희 형편대로 해!”라고 하시면서 권유도 재촉도 없이 있는 그대로 봐주고 놔두시는 편이시거든요.
저는 이제 20년 좀 안 된 며느리인데, 시어머니한테 타박 한번 싫은 소리 한번 들은 적 없고 친정어머니보다 시어머니를 더 의지하고 사는 편이에요.
태풍 때도 경남이라 걱정하고 전화를 여러번 드렸어요. 다행히 큰 피해는 없이 지나갔는데..벼가 좀 쓰러졌대요. 그래서 제가 “어머니 저희가(남편이랑 큰애 믿고 ㅎㅎ) 가서 세울 테니 허리 아픈데 일하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우리 어머니가 “응 알았어. 너희 오면 할 거는 남겨둘게”라시며 만날 벼 세우러 다니시더라고요.
아버지 돌아가셔서 혼자 되신 지 두 해째인데..팔순 노모가 힘들다 외롭다 소리 안 하시고 논일 밭일 부지런히 다니시고 동네 할머니들이랑 일하러도 가끔 가셔요. 그럴 때는 전화하지 말라고 손에 흙 묻어서 받기 어렵다고 저를 단속하셔요 ㅎㅎㅎ 실은 전화 받으면 일이 처지고 눈치 보여서 열심히 일하려고 그러시는 거거든요. 우리 어머니 남한테 폐 되는 거 싫어하시고. 뭐라도 남한테 더 주려고 하시지 받으려고 하는 분이 아니시라서..:그렇게 날품 다닌 돈은 저희 내려가면 애들 용돈 주시고요 ㅠㅠ
그런데 적다 보니 생각이 난 게 어머니네 동네는 며느리한테 누가누가 잘하는 시어머니인가 약간 할머니들끼리 경쟁 같은 거가 있대요.
“니가 더 잘하냐 내가 더 잘한다”이런 분위기요 ㅎㅎ
그래서 우리 어머니가 좋은 건 아니겠지만 동네 분위기도 참 재밌다 싶어요.
길에서 너무 많이 보냈지만
아제 곧 만나러 갑니다 ^^ 우리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