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순천만에 있는 cafe 487 사장님과 직원분,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미국에 사는 82 cook 회원입니다.
3주 전에 편찮으신 친정 어머니를 뵈러 한국을 방문했다 어제 귀국했어요.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파킨슨을 앓아 오셨고
점점 병세가 심해져, 이제는 약간의 치매끼도 보이십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딸아이와 함께 남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모녀 3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여행이어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2년 반만에 뵌 어머니는, 딸아이 표현을 빌자면
까다로운 베이비 할매랍니다.
식사하고 주무시고, 또 식사하고 주무시고
깨어 계실 때는, 계속 불평을 하십니다.
밥이 맛이 없다, 언제 도착하냐, 덥다 춥다 등등...
제 딸이지만, 배려심이 깊은 아이인데,
심지어 딸아이에게, 넌 왜 이리 배려가 없냐는 둥...하셨어요.
문제는, 순천만에 있는 생태공원에서 일어났습니다.
6년 전에 너무 좋았던지라, 딸아이만 들여보내고
저는 어머니를 보시고 487 까페로 들어갔습니다.
커피와 차를 마시며,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머니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 하셨어요.
어머니를 부축해 일어서는 순간, 일이 터졌네요.
정말 난감하고 당혹스러웠고, 정말 그 심정은 말로 이루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앉은 자리에서부터 화장실까지 쭈욱 어머니는 실수를 하시며 가셔야 했어요...
전, 어머니를 화장실에 모시는 게 급선무여서 
급하게 우리 자리 아래만 치우고 화장실로 갔어요.
화장실에서 나온 순간, 저는 제 눈을 의심했어요.
옆 자리에 있던 남자 분이,
카운터에서 비닐을 갖고 오셔서 맨 손으로 치우고 계신 겁니다.
너무 황망했지만, 저 혼자 그 넓은 공간을 다 치울 수도 없어서
염치불구하고 그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장님이셨어요.
차 안에 있던 병물로 어머니를 대강 씻겨 드리고 옷을 갈아 입히고 했지만
결국 화장실 변기가 막혔어요 ㅠㅠ
40분 정도 걸린 듯했어요.
어머니를 차에 모신 후, 사장님과 직원분께 너무 죄송해서 약간의 돈을 드렸어요.
하지만, 사장님이 문밖까지 쫓아나오시며
어머님 아니라도 변기는 막힙니다 라고 하시며 
돈을 극구 사양하셨답니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아,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구나...
이런 분들 때문에 세상은 아직 살만한 거구나...
카페 487 사장님, 
인사가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어머니 댁에 인터넷이 안 되서 이제서야 감사 인사 드립니다.
구글 리뷰나 네이버 리뷰를 쓰려고 찾아봤지만 불가능해서
제 오랜 친구인 82를 통해 인사 올립니다.
정말 진심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그날 카페 487에 계시던 다른 손님분들도 감사합니다.
얼굴 찡그리지 않고 인내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제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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