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서울이 최고인가요, 경기도 살아보니까요

전 해외에서 사는데 친정이 경기도로 이사를 갔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상속세를 많이 내야 해서 30년 넘게 사시던 강남 아파트 팔고 엄마를 돌봐줄 이모가 있는 경기도 신도시로 가셨어요. 엄마가 이사가시던 날 언니가 펑펑 울었어요, 어떻게 우리집이 경기도로 갈 수 있냐고요. 제가 언니한테 막 뭐라고 그랬어요, 서울이나 경기도나지. 새 아파트라 더 쾌적하고 덕분에 짐도 좀 줄이고 주변 경관도 좋아서 잠깐 산책을 하시든 집안에서 그냥 내다 보든 다 좋구만. 

근데 올 여름 친정에서 엄마랑 지내고 보니, 언니가 왜 울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일단 차가 없는데 편의 시설이 넓게 퍼져있는 상황이라 카카오 택시 안 부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한참 걸어가면 코레일 역이 하나 있는데 배차 간격이 상당히 넓어요. 기차타고 갈아타고 서울 나가는 거 포기하고.
단기 차 렌트도 택시타는 거 만큼 비싸다고 해서 그냥 택시타고 서울 나가면 적어도 2만 오천원 보통 3만원 이상 나오고요.
아무리 산수가 좋으면 뭐해요. 30몇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서 별로 자연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대형마트에 가봐도 물건 질이, 서울에서 사 먹던 것만 못하고요. 민어철에 민어도 없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연어도 없고, 수지가 안 맞는다고 고등어 꽁치밖에 없고요. 음식점은 고깃집 치킨집 중국집 순대국집 끝.
은행이 다 없어져서 간단한 현금 서비스 하려고 해도 차타고 한참 나가야 하고요.
시스템 에어컨 밖에 설치가 안 된다고 해서 전에 쓰던 에어콘은 다 작은 방에 쌓아두고 무더웠던 올여름 선풍기로 버텼어요.
십년쯤 지나면 생활하기에 더 편리한 인프라가 구축될까요.
저 은퇴하면 엄마가 들어와서 살라는데 전혀 메리트가 없는 것 같아요. 차라리 집을 줄여서 서울 교통 좋은 곳에 다세대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경기도도 엄청 넓은데 거기 사시는 분들 불편하게 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오해 마시고요. 다만 차 있고 이동이 자유로우면 경기도 체험이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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