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시모가 아프면 며느리한테 부담주는 거

대체 무슨 심보일까요?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대상이라고 착각해서 그러는건지..

시부모님이 시골에 집을 지으시는데, 사고가 나서 시모가 다쳤어요
상황 다 종료되고 전화로 얘기하시는데 입원까지 하셨더라고요

그런데 남편이랑 얘기할 때는 사고경위, 치료과정, 지금 통원치료하는거
뭐 그런 말씀들을 주로 하셨고 이젠 괜찮다 다 끝났다 그런 얘기가 주였어요
저도 옆에서 듣고 어이쿠 큰일날뻔했네 다행이다 그리 생각했고요

평소엔 전화통화 잘 안하는데 아프셨다니까 남편한테 전화 달라고 해서
어유 다치셨다면서요 하고 말을 시작했는데

저한테는 말의 톤이 달라요 ㅎ
톤가지고 뭐라고 하면 저만의 느낌이니 또 피해의식이니 뭐니 할까봐 내용만 가지고 얘기하면
입원하는 동안 옆자리에 있던 누구누구네는 며느리가 산나물을 종류별로 다 해가지고 오고
또 누구누구네 며느리는 아침저녁으로 와서 들여다보고
그러는데 부러워 미치겠더라며
난 그래도 너 직장다니고 애키우는데 힘들까봐(시가까지 가는데 5시간 걸립니다. ㅎ) 연락안했다고
몇 번이나 연락하고 싶은거 참았다고

듣는데 이 사람 뭐지 싶은거에요
본인이 당연히 누릴 권리인데 그걸 종년 생각해서 아서라 말아라했다고 공치사하는 느낌

그래서 저도 그냥 그자리에서 받아쳤어요

아 그 느낌 뭔지 알겠어요
저도 애들 키우면서 주변에 아무도 없어 동동거릴 때 
제 친구 누구는 시어머니가 전담해서 봐주고 또 제 친구 누구도 시어머니가 도우미 보내주고 반찬 챙겨주더라고
그런 건 희한하게 꼭 시어머니가 챙겨주던데 저도 그게 너무너무 부러웠다고
어머님이 그거 비슷하게 부러워하셨나보네요 저도 그랬었어요

사내 어린이집 보내면서 육아휴직도 못하고 키웠는데
어쩌다 부부 둘 다 해외출장 잡혀서 애들좀 봐달라고 했더니
남편한테는 애들이 너무 사랑스럽다느니 듣기 좋은 말만 실컷 하고
저한테는 애들때문에 입술이 다 부르텄다고 힘들어 죽겠다며 ㅋ

아니 자기 자식이랑 남의 자식한테 할 말을 서로 바꿔서 하는거잖아요
내 자식은 편하고 남의 자식은 어렵고 그래야 정상 아닌가요?

저 아침 7시 비행기로 인천공항 도착했는데 공항 버스 타기도 전에 전화해서 애 데려가라 소리치더라고요
그때 지구 반대편에서 온거라 시차적응이 완전히 안된 상황이었는데..

어쨌든 그 전화에서 제가 그렇게 멕이는 거 남편도 다 들었고요
아마 시모는 순간 아들이 옆에 있다는 거 까먹고 저한테 그랬던 것 같아요

그 뒤로도 몇 번의 사건들이 더 있었는데
제가 안참고 그때그때 지적하니 시모 기가 많이 죽었어요

저도 초반엔 시가 다녀올 때 마다 차안에서 남편이랑 싸우고
둘이 얘기하다보면 남편이 알고 있는거랑 내가 들은거랑 완전히 달라서 어이없어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냥 제 선에서 해결해요
남편도 자기 부모 객관화 하기 시작했고요. 솔직히 하건말건 자기 부모인데 저랑은 당연히 태도가 다르겠죠
하지만 난 니 부모 자식이 아니니 시부모도 나한테 선 지켜야지 그거 못지켰으니 이제부터 내 타입대로 대응한다고 했어요

정말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어요
본인 아픈데 왜 나한테 유세야? 걱정하던 마음 싹 거둬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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