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이 하나 키우는게 너무 힘이 들어요.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 하나 키워요.
애기때부터 잘 안 먹고 잘 안 자고 잘 못 노는 그런 애였어요.
늘 다른 생각중인 애, 흥미가 금방 바뀌는 애.
규칙 못 지켜서 놀이를 잘 못 하는 애였던 거 같네요.

원랜 맞벌이로 친정 엄마가 아이 케어 해주시다
초1 공개 수업때 아이를 보고 이게 아닌데… 싶어서
10년 다녔던 직장 그만두고 아이를 보기 시작했어요.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어요.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흥미없고 관심없고 산만한…


노력한다고 노력했지만 (허&맘 같은 상담센터 1년 다녔어요.
일 주일에 한 번 가는데 애 아빠도 항상 따라오고.. 고생많았어요.)
초1 끝나며 담임 선생님이 직접적으로 언질하시더군요.
병원 가보시라고. 지금가서 빨리 고치면 고학년이면 나아진다고.

그간 했던 노력이 부정당하는 거 같아 속상하고 어지러웠어요.
엄청 속상해하며 동네 소아청소년보는 정신과 찾아서 예약하는데
그 때 친정엄마가 그러더라구요.
해보는게 나쁜 건 아니다.
결과가 좋게 나오면 안심하는거고 아니면 치료받는 기회인거고.
마음에 많이 의지가 되었던 거 같아요.

동네 소아청소년 정신과인데 대기가 꽤 길더라구요.
한 달 정도 기다려 받은 결과지엔 adhd.
당장은 약 결정을 못하다가…
한 달 정도 제 마음을 추스르고 약을 시작했어요.

손이 차갑고 기분이 가라앉고 식욕 저하되고
강박과 불안이 올라가고 틱 증상이 조금 보이고…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계속한 건 그래도
이게 아이에게 도움이 되리란 낙관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아이는 사회생활을 잘 못해요.
친구도 없구요.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모두 친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대화를 나누고 관심사를 공유할 정도의 관계는
가졌으면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코로나 시기가 겹쳐 학교를 드문드문 다니던 때,
전 이 때가 더 마음이 편했어요.
아이들 속의 제 애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혼자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애를 보면
늘 마음이 아프거든요.


고만고만하게 지내는 줄 알았던 4학년 1학기에
선생님과 통화할 기회가 생겼는데…
특정 아이와 부딪힌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동안 알림장에 친구와 어떻게 지냅시다~ 라고 훈화조 말씀이
써 있었던게 한 절반은 제 애 얘기였더라구요.
수업 시간에도 전혀 집중하지 못한다고…
그런데도 앉아있는 걸 보면 힘들어 보인다고…


남편이랑 차 안에서 얘기하는데 엉엉 울었어요.
눈물이 참아지지가 않더라구요.
부작용을 참아가며 약을 먹이는데
학교 생활에 그닥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아서요.
아이가 정말 불쌍하더라구요.


메디키넷 부작용인지 손뜯고 증상이 있어 증량을 안 하다
몸무게에 맞춰보자, 그럼 주변에 대한 의식도 높아져 관계개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셔서 몸무게에 맞춰 방학기간 동안 증량했어요.
아직 개학 1주일째라 큰 소동 일어날 만한 시기는 아닌데
그래도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는 담임 선생님 말에
그래 다행이다 싶었어요.
(담임 선생님께는 복약 여부 공개 안 했어요.)
그런데 여전히 수업이 집중도는 제로라고 하시더라구요.



Ad에 대한 고민만도 마음이 무거운데
애가 갑자기 이차 성징을 보이네요.
급하게 찾은 동네 병원에서 뼈나이 13세… 3년이 빠르다고.
여기서는 성선 검사 못하니 다른 병원 가서 검사받고
억제 주사 받으라고 하시더라구요.
안 먹고 안 자던 애라 요새 좀 큰다고 좋아했더니 그게
사춘기 증상이었던 거에요.
사춘기 급성장 시작 키가 작아 아마 최종키가 작을 거라고
예상되는 케이스지 않을까 싶구요.
(현재 142cm인데 20센티가 더 큰다고 해도 160초반…)
내일 그래서 애 데리고 피 네 번 뽑는 검사 하러 가려구요.
여기서는 뼈 나이 판독을 어찌하실지…
더 많이 보면 어떡할지…


대학 병원들은 내년까지 예약이 안되어
그나마 유명한 반포 성장클리닉 전화하고 전화해서
한 달 뒤에 보기로 했는데 또 전화해보려구요.


한 번에 한 가지 걱정만 하고 살고 싶어요.
두 개가 닥치니까 너무 힘들어요.
둘 다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 같아서 더 힘들어요.
약이 있으니까… 주사가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해보는데
아이에게 이 많은 것들을 해야 하는 것도 너무 미안해요.

지난 주에 다니던 정신과에 가서 우울증 약을 다시 처방받았어요.
괜찮을 줄 알고 끊었었거든요.
먹으면 압도 되는 느낌은 줄을 거라고 하시네요.
가슴에 응어리진 느낌이 가셨으면 좋겠어요.
애하고 있을 때 걱정 가득한 지친 얼굴 대신
좀 밝게, 행복하게 그 순간 자체를 즐기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평정심을 찾아야하는데 그러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기도해봅니다.
한 번에 한 가지 고민만 주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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