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침부터 펑펑 울었어요.

별것도 아닌 일로요.
남편 나가고 나서 생각하니까 별 게 아닌데 왜 울고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발단은.. 제가 분양받은 아파트가 있는데 슬슬 잔금이랑 비용을 준비해야 되는 시기가 도래했거든요. 그 중 일부 비용을 제 선에서 처리를 하고 있었구요. 나머지 금액에 대한 의논을 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현금을 한번 계수해보자고 하더라구요. 

제가 신혼초부터 명절 등 아버님께 받은 용돈(나간 용돈이 2배지만), 친정아버지가 이사비용 보태주신거, 애들 앞으로 들어오는 돈, 돌반지, 남편한테 생긴 현금 등등 각종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들을 제 금고에 다 보관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걸 남편이 다 꺼내서 세면서 이걸로 아파트 잔금 일부를 치고 뭐 그런 얘기로 시작해서 내가 10년 넘게 받은 개인 용돈도 다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도 했고,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졌어요. 이유를 제가 정확히 모르겠어요.

그간 금고에 있는 돈 금액이 안쓰고 모았더니 꽤 되서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금으로도 냈어요. 최근에도 남편이 가져다 준 현금이 좀 많이 들어와서 금고에 다 보관중이었구요. 제가 받는 생활비가 500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서 지금 사는 집 이자가 180이 나가고 관리비가 40만원 정도가 나와요. 시가하고 가족사업으로 엮여 있어서 간섭이 좀 많으신 편인데 아이들 교육 신경쓰기 바라셔서 애들 교육비도 많이 나가구요. 먹는것도 좋은거 해먹길 바라시고 용돈도 생신 명절 어버이날마다 일이백씩 드려야 하고 그러다보면 솔직히 280만원으로는 모자라서 현금을 매달 100~200만원씩 더 넣어서 썼어요. 남편도 알고 있는 일이구요.
그런데 그러다보면 적은 생활비가 아님에도 저한테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거든요. 시댁이 부자라서 라이프스타일이 시부모님이나 아주버님만큼은 아니어도 남편도 씀씀이가 아주 작은 편은 아닌데 시가에서나 남편이 바라는 생활수준은 여유있는 중산층인데 실제 월급으론 빠듯했어요.

아주버님이야 아버님이 주시는 돈으로 오랫동안 생활비를 썼고, 아버님이 월급도 많이 주시구요. 아버님도 이쪽지역에서 아주 부자고 소문나 있다보니 저희도 어느정도 따라줘야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었고.(경조사비 금액 등) 그런데 저희는 월급도 작고 생활비 도움 못받았어요. 그나마 제가 돈을 잘 모으는 편이라서 시가와 남편 반대에도 불구하고 80프로 대출내서 월세 청산하고 이 집을 샀고, 1주택이라 분양이 안되는데 무순위 나온것을 잡아서 좋은 입지의 40평대 아파트도 분양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마련한 자산이 빚 포함 25억쯤 됩니다. 물론 자본금은 생활비 모은것과 남편에게 받은 돈이죠. 그 중 빚도 8억쯤 되구요. 그 이자도 제가 내고 있어요. 그동안 시댁 근처에 살면서 시집살이도 모질게 당했지만 제가 많이 노력해서 지금은 어머님이 아주 예뻐하시는데 아버님은 여전히 못마땅해 하시구요.(사업가 다운 욕심이 없다는 이유로) 예전엔 막말도 많이 하셨고 지금은 나이가 드시고 제가 두번쯤 이혼하겟다고 해서 조심은 하시지만 여전히 그런 눈빛이 느껴집니다. 그게 13년차가 되다보니 누적이 되었는지 이제는 작은 자극도 아주 못견디겠더라구요. 최근에 계속 그런 상태였어요.

남편은 아버님을 굉장히 무서워서 그런 저희 힘듦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 센 친척들사이에서도 이 가족중에 제일 약한 사람이 저희 남편이라는 걸 알아서 만만한 남편이 약간 화풀이 대상처럼 당하면서 저랑 아이들도 덩달아 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뭐 그거 말고도 쓰자면 책 한 권인데..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이니까..

여튼 그 모든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집도 두 채가 되고 어느정도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고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 이후에 제 삶을 재정비 해보게되는 어떤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에 묵혀있던 감정들이 자꾸 올라오던 중이긴 했어요.

잡소리가 길어졌네요.
어쨌든 그 와중에 오늘은 아파트 잔금을 내려고 현금을 다 꺼내놓고 남편이 계수하고 있고 저는 돈 묶을 고무줄과 포스트잇등을 챙기고 있다가 갑자기 서러워져서 눈물이 쏟아져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펑펑 울었어요. 남편은 화장실 밖에서 문 두드리면서 왜그러냐고 그랬고 저는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하긴 했는데 어차피 이해못 할 것 같다는 생각과 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는 마음에 설명하고 싶지않다고 했고.. 남편이 좀 달래다가 출근을 했어요.

어차피 제가 모든 용돈이나 비상금 말고는 남편이 벌어서 준 현금이긴 한데 그동안 그걸 받으면서 약간.. 보너스처럼 보상을 받는듯한 기분도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내껄 사거나 명품을 사고 할 건 아니었고 가만히 놔두면 생활비 보태는데 들어갈 돈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그걸 뺏기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잔금에 쓰겠다는 건데 그게 이상하게 기분이..좀 그랬어요. 남편은 자기 월급은 생활비 빼고 다 자기가 관리하거든요. 저는 정확한 월급의 사용처와 금액은 몰라요. 사업을 하는지라 월급을 사업하는데도 쓰겠죠. 그런데 저는 생활비를 받아서 딱 떨어지게 사용처가 나 오게 쓰니까. 제꺼 사는덴 인색해지지만 집안에 쓰는건 풍족하게 쓸 수 있고. 뭔가 사용처가 딱 정해져 있는 포인트카드처럼 그렇게 생활하는 느낌이었는데.. 생활비 외에 현금을 갖고 있다는게 마음의 위안이었나 싶기도 했구요. 저도 정상적으로 제가 울만한 일이 아니라는건 알거든요. 그런데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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