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쟈도르 광고 보면 떠오르는 옛남친

20대때 연하남친이 어학연수를 1년 갔다가
연말 행사들 다 제치고 비행기표 일정까지
바꿔서 날 보려고 일찍 들어왔어요 ㅎ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그 당시 비싼 국제통화
요금 내면서 아침,저녁 꼭 통화했었죠.
아침엔 그친구는 잘 시간
저녁엔 그친구는 일어날 시간
나한테 자장가도 불러주고 며칠에 한번씩
꼭 장문의 매일도 보내주던 친구
참 다정하고 성실하고 착했어요.

입국하던 날 씻고 바로 날 보러 나왔는데
겨울이라 눈이 하얗게 쌓인 날이었어요.
백화점서 가죽장갑을 사서 선물로 준비했죠.
남친이 내선물 사왔는데 사정상 못주게됐다고
뭘 다른 거 대신 내미는데 아이스와인 ㅋ
나 술 못먹는데 그래도 달디 단 술이니 다행?
사간 장갑은 너무 커서 남친 손에 헐렁 ㅎ

밀린 얘기하면서 원래 나 주려고 산 향기 좋은
향수를 샤워하는 중에 어머니가
트렁크 정리해준다면서 꺼내다 발견하고는
고마워~하고는 가져 가시더라네요.
그게 디올 자도르
1년 넘게 여친 있다 말도 못했던 거죠.
그거 여친 선물이라고 돌려받는 건 더더욱...
엄청 효자에 착한 장남이거든요.

지금도 좋아하는 향수인데 그 때 그 일이
지금껏 생각나서 마음 한켠이 좀 아려요.

여차저차 그 후 헤어지자고 내가 먼저 말하고는
신촌 카페에서 케잌 사서 가족들이랑
먹으라고 마지막 선물로 주고는 돌아섰어요.
웃으며 돌아서자마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앞이 안보이는데 그에게 들키지 않으려
코너 돌때까지 힘주고 똑바로 걷다가
돌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어요.
한참을 골목 코너에 쪼그리고 앉아 울었네요.

사정상 전화번호를 바꾸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그의 목소리라도 듣고싶어 몇달만에
전화했더니 너무 그리웠다고 내가 연락하면
싫어할까 못했다고 번호 바꾸면 꼭 다시 연락달라고
그랬는데 안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결혼해도 힘들 자리다
본능적으로 알았던듯...
고지식한 부모님이 평생 끼고 살 장남
부모님 말씀이면 꼼짝도 못하는 착한 아들
모범생 형과 반대로 엇나가는 동생
거지근성에 시기질투 쩌는 평생지기 ㅂㄹ친구

한 10여년만에 우연히 저만 그를 먼발치서 봤었어요.
여전히 선한 인상 지니고 있는 그의 얼굴이 참
반갑고 감사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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