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여행 후기) 아니 이런 곳이 있었다니…

먼저 ‘호로고루’ 소개해주신 82님 어디계셔요?
넘넘 감사드려요 
기대는 저 혼자하고 갔지만 아무 생각없이 간 남편이 너무 아름답다며 아주 좋아했고 저도 남편도 떠나기 싫어서 마냥 보다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오기로 하고 집으로 왔어요 

본론으로 돌아가 오늘 당일치기로 경기도 연천과 포천지역, 강원도 철원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비둘기낭 폭포와 하늘다리, 멍우리 협곡, 그리고 연천의 호로고루예요 
서울 저희 집에서는 한시간 반 정도 걸려서 갔는데 오늘 날씨가 환상적이어서 8K 스크린처럼 쨍한 파란 하늘과 너무 선명해서 가닥가닥이 보이는듯 실타래같은 하얀 구름, 반짝이는 초록잎사귀들, 시원하기 그지없는 솔바람만으로도 오늘 외출한 보람이 한가득!



1. 포천 한탄강 하늘다리와 비둘기낭 폭포, 멍우리협곡
저는 예쁘게 꾸며놓은 인공미 가득한 장소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공간, 간판이나 사람이나 인공물이 없을수록 좋아해요 
사실 비둘기낭 폭포가 목적이었고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 하늘다리라서 차를 세우고 걸어서 건너갔는데 새파란 하늘 아래 하늘을 찌르듯 하얀 다리가 하늘로 솟아있어서 예쁘더라고요 
워낙 높은 다리라서 거기서 내려다보는 한탄강과 주상절리 절벽도 아주 멋지고 사진찍기도 좋고요 
어린아이나 나이드신 분들이 편히 걷기 쉽게 되어있어서 가족나들이로는 좋을듯 해요 
이곳에서 이어지는 둘레길이 2번 글에 소개될 포천쪽 주상절리길이예요 

비둘기낭 폭포는 나무 계단으로 내려가는 순간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로 찬바람이 불어서 팔을 감싸고 내려갔어요
사방을 휘감는 콸콸 물소리가 더 춥게 ㅎㅎ 만들었지만 귀는 따따블로 즐거워짐
절벽을 타고 지어진 경사급한 계단을 뱅뱅돌아 내려가니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얼음 동굴같은 시원한 기운에 주상절리로 만들어진 작은 동굴, 그리고 천정 어디메선가 떨어지는 가느다란 폭포가 청록빛 연못 위로 그림처럼 떨어지고 있는데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 물빛도 아름답고 주변을 둘러싼 절벽과 돌틈에서 자란 무성한 나무들, 그리고 거친 바위들 사이로 콸콸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줄기, 흘러흘러 잔잔해진 물위로 비친 좁은 하늘..
킹덤과 추노에 나와서 유명한 곳이지만 화면이 아닌 피부와 귀와 3차원으로 경험하는 그곳은 전생의 어느 곳이 아닐까 할 정도였어요 
여행의 시작부터 이런 멋진 곳이라니 오늘 하루가 즐거울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멍우리 협곡은 다음 목적지인 주상절리길에서 볼 수 있는 곳과 비슷해서 따로 적지는 않을게요 


2. 한탄강 주상절리길(잔도) 
주상절리길은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 사이를 흐르는 한탄강 주변으로 용암이 흘러내리며 굳어지고 깎인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길이예요 
제주도나 동해에도 주상절리가 있지만 내륙에선 드물죠 
주상절리길은 두가지가 있어요 
포천쪽 길은 트래킹으로 적합한 흙길이고 산과 절벽을 따라 마냥 걸어가는 길인데 그늘이 적고 한쪽은 농지뷰라서 철원쪽 잔도보다는 이용객이 적어요 
하지만 흙길 밟으며 나 가고싶은대로 탐험하며 가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할듯 해요 
작년에 완공되어 입장료를 내고 가는 잔도는 철원쪽 길인데 주상절리 절벽을 따라 약 3.6킬로의 길을 공중에 만들어서 강을 따라 가며 건너편 주상절리의 다양한 모습과 강물을 보며 출렁다리도 건너며 가는 길이예요 
계단도 상당히 많지만 노인분들도 아이들도 많더라고요 
오늘은 중간 지점이 보수공사가 있어서 평소 1만원하던 입장료를 받지 않고 양쪽 매표소(드르니, 순담)에서 각 1.4킬로, 1킬로씩만 갈 수 있게 해놓았어요 
주말에는 3.6킬로 편도를 끝내면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지점까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오늘은 무료라서 셔틀도 운영되지 않았고요 
그래도 총 2.4킬로를 볼 수 있었고 가로, 세로로 만들어지고 깎인 주상절리 절벽과 강변의 모습은 동양화를 보는듯 분위기 있었고 곳곳에 절벽을 타고 흐르는 실폭포들이 많아서 여기가 한국인가 중국인가 산수화 속 어디인가 자꾸 현실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색달랐어요 
아침 일찍이고 그늘 밑으로 주로 걷다보니 시원하기 그지없는 바람이 제 기분을 마냥 붕붕 띄워주었고요 
점심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면서 중간에 나오는 식당에서 우렁쌈밥을 먹었는데 반찬도 여럿에 우렁된장이 아주 고소하고 우렁도 실해서 배부르게 맛있게 먹었네요 


3. 연천 호로고루
얼마전 어느 82님이 댓글이 호로고루 이야기를 쓰셨는데 생전 처음 듣는 말이라서 찾아보니 임진강과 한탄강이 지류와 만나 형성하는 삼각형 대지위에 조성된 고구려 옛 성터더라고요 
이름도 위치도 시대도 다 특이해서 급관심이 생겨 목적지에 추가했죠 
가보니 웬걸 제가 기대했던 것의 몇배 이상으로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움’이란 말을 자연으로 풀어서 보여준다면 바로 그곳의 풍광이 낱말의 정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 임진강하면 뭔가 남북분단에 군대가 생각나고 망향이란 단어가 생각나곤 했는데 그곳은 꿈 속 어드메 반짝이는 윤슬이 한가득인 평화로운 강변과 맑은 물이 소리없이 흐르는, 건너편엔 태고적 나무가 무성한, 시간이 멈춘듯한 풍광이 아름다워 말이 안 나오더군요 ^^
복잡한 도시에 살면서 각종 교통수단과 사람들이 내는 소리에 시달리고 코앞 건물들로 인해 시야가 짧아진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가 너무 조용해서 저기 한참 아래로 흐르는 강물의 조용한 물소리가 다 들리고 건너편 내 시야가 닿는 곳은 멀고도 멀어 넓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주는 그 자리가 너무 낯설어 이국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런 곳이 있었다니…” 제 주위에 지나가는 그곳 방문객들이 중얼거리며 내뱉는 똑같은 소감이예요 
알고보니 건너편은 미군훈련장이었다가 2년 전부터 아무 용도로도 쓰이지 않는 땅이라 대한민국에서 보기 힘든 풍광이 가능한듯 
고라니도 뛰어다니고 백로도 날아다니지만 사람이나 텐트나 차나 낚시꾼 그 어느 것도 없는 그야말로 무공해 강변이었어요 
그런 강을 저 멀리 내다보며 적군이 쳐들어오나 감시하고 싸울 준비를 했던 고구려 성은 그만큼 뷰가 환상적일 수 밖에 없겠죠 ㅎㅎ
근처 카페에서 햇빛 부서지는 드넓은 강과 푸르름 드리운 강변을 보며 커피를 마시니 여기서 집짓고 살고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혼자 뚝 떨어져있는 곳이라 사람들도 차도 많지 않아 고즈넉해서 더 좋은듯 
참, 성터 주변 해바라기밭은 9월 초중순에 가시면 만발해서 사진찍기 좋을듯 해요 



이상 오늘 저를 마구마구 행복하게 해주었던 것들에 대해 적어봤어요 
주관적 감상이지만 저와 같은 곳에 있었던 분들도 다 어쩔줄 모르며 감탄하신걸 보면 다들 비슷한 느낌을 받으신듯 해요 
행복은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하지만 이제 날씨도 도울 계절이라 가까운 곳, 동네 가보지 않은 곳이라도 탐험정신을 발휘해 보시면 뜻밖의 즐거움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모두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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