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유독 부모 한분없는 이들과 연이 닿아요.
약간 이상하게 가까이 다가온 이성들의(친구도 아니고 다가온 이들) 대개가 유독 부모가 한 분이 없이 자라서 어딘가 결핍이(??) 있는 이들이었고,
그들이 내게 바란 건 아무래도 한없이 의지할 어떤 누군가, 아님 뭔가 자신에게 무조건적으로 주는 사람을 원하는 이들이었어요.
딱한 사정을 미리 내세울 정도로 사정이 어렵기도 하지만, 대신 일찍 사람들에게 연민이나 동정심을 이용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었구요...그걸 모르진 않았지만, 그런 사정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차마 외면하기 힘들었어요.
그들은 대개가 사정을 들어보면,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다면 그다지 별나지 않을텐데 아버지가 없는 경우보다 더 어려운, 엄마가 없는 경우이거나 엄마가 일찍 이혼을 해서 떠난 경우
(50대로 이런 경우가 흔하진 않은 세대)로 아버지 손에서 어렵게 자란 경우로 자신이 밥 해먹고 도시락 싸서 성장한...
혹은 할머니가 뒷바라지를 하거나 한 경우요...
유독 돌아보면 그들이 내게 다가온 것은 내가 왠지 어떤 부분 엄마같은 면모가 보여서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한 편으론 맘이 약해져서 그들에게 맘이 갈까봐 그것도 싫어 더더욱 피하려 한 것도 있어요.
그런데,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런 사정이 있는 경우 어딘지 더는 이해할 수 없는 면모도 보였기에(선입견이나 편견이 작용해서 일수도 있어요) 더더욱 맘 깊은 곳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들의 면면이 생각해보면 그들과 내가 왠지 어쩌면 오랜 세월 만나고 헤어진 어떤 인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쩌면 고아들의 엄마같은 생을 어느 생엔가 살았던가 하는 희미한 기시감도 들구요...
유독 부모가 없는 이들과 연이 닿는다는 건, 혹은 유독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헤어려야 하는 사정이 있는 건
나의 불행만 같아 그들에게서 도망치듯 피해왔어요.
전 부모는 두 분 다 계신 가정이었으나, 성인이 되어서는 가족이 싫어서 가족으로부터 도피하는 생을 위해 살아왔어요.
그런데, 고아들의 엄마같은 전생을(? 망상을 갖게 한) 의심하게 하는 그들도 그렇고, 그토록 피하고 외면하고 싶어했던
나의 가족적 배경을 피할 수가 없더군요.
가족을 비롯해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나의 환경이었으나 오래도록 트라우마가 되어 나를 지배하고 나의 의식을 가득
채웠어요...
앞서 기술한 그들 몇몇은 오래도록 질기게 의식 속에 떠오르고, 가족들은 두 분 다 안계서서 어떤 운명같은 인연은 끝이 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가족은 내게 어떤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일캐워 줍니다.
부모 상을 치르고, 그제서야 내가 지은 숱한 잘못을 돌아보며 이만큼 인생을 살게 해준 부모님의 명복을 빌고 종교에 의지해 나를 내려놓는 수행을 하지만, 숱한 고행과 고난의 연속이었던 지난 날들의 상처와 가혹했던 젊은 날의 방황은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상흔이 되었네요...
연휴가 끝나면, 곧 무더위와 함께 서바이벌할 일상이 기다리고 있지만...길게 한 숨 쉬듯 누구에게도 쉬이 털어놓지 못한 제 이야기 하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