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프신 엄마 간호하는게 왜이리 힘든가요...


저 나쁜딸년 맞나봐요
아니 맞아요
그렇지않다면 이 모든걸 힘들어 죽겠다며
스트레스를 이렇게 받지도 않겠죠
아마 착한 딸이라면 자신의 손길이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들을 기쁘게 하겠죠

아.......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가슴속에 큰 바위를 누가 계속계속
올려놓는듯 해요ㅜㅜ
엄마가 항암치료를 받으시느라 올 초부터 저희집에서 지내고 계세요
처음 일주일간쯤은 약간 눈치를 보시면서 미안(?)해 하시는 모습도
보이시긴했는데 이후론 여지껏 제게 보이셨던 평소의 엄마의 모습
그대로 늘 당당하시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떳떳하십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제가 하는일들이란 대략 이정도에요
하루 세끼 당뇨약 챙겨드리고
식후 항암약을 아침과 저녁 두번 챙겨드려요
(매차시마다 강력항암약은 총4일을 냉장보관하는 약들 포함
세가지를 더 합하여 챙겨드려야하고요)
저도 예전에 큰수술을 받은 사람이고 평생을 빌빌거려서
제 스스로 챙겨먹어야 하는 약도 5가지나 됩니다;;;
(당연히 제 약들은 넘 정신이 없어서 못먹는게 더 많아요)
하루 세끼 식사도 절대로 제시간에 먹을수가 없어요
이것저것 드시고 싶다 하셔서 없는 솜씨 있는 솜씨 발휘해서
실컷 만들어드리면 입맛이 없다, 속이 메슥거려 못 먹겠다
식구들의 식사시간도 당연히 제시간에 못먹고
다 치우고 좀 쉬려면 그제서 있는반찬 다 뒤로하시고
김치 하나나 오이지 하나로 맨밥을 드시고...==;;
중간중간 드시고 싶다는 간식들 요구하시면
다 해드히고 사드리고 주문해드려야하고,
입맛 돌아오시라고 가끔 외식이나 주문음식도 드시게 하고..
엄청 깔끔한 분이라 계속 계속 나오는 타올들과 세탁물들..

그냥 조용히 생각해보면
이게 무슨 별일이고 큰일이라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나
죄책감이 들기도하는게 사실이에요
근데도 식탁위에 한가득 수북히 쌓아져있는 먹거리들,
치워도 치워도 계속계속 반복되는 패턴들...
불편하실까봐 안방화장실을 쓰시게 했는데
전 그동안 건식으로 써서 물기하나가 없었는데
욕실안 화장대위의 바디용품들이며 원목장이 전부 곰팡이가 생겼어요
모지리딸은 이것만도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사는데
이번에 아빠까지 강아지랑 함께 저희집에 오셨네요ㅠㅠ
아빤 엄마보다 백만배는 저와 성격도 잘 맞고 사람을 원래 편하게
해주시는 분인데....방전상태에서 아빠까지 챙겨드려야하니 진짜
제가 죽을것같아요ㅜㅜㅜㅜ
하루종일 엄마는 거실가득히 울리게 TV로 홈쇼핑 시청,
다다다다 특유의 따발총 그녀들의 골아픈 멘트들을 하루종일 듣고,
아빤 아빠대로 라디오의 볼륨을 얼마나 크게 하고 청취를 하시는지
편두통이 생길 지경...
아빤 엄마랑 식습관도 완전 다르셔서 준비하는 입장에선
생각지도 못한 큰 어려움이 있고요
지금도 아침식사 준비한것들 뒷정리하고, 세탁한것들 정리하고
엉덩이좀 붙일까하니 간식달라고 엄마가 톡 보내시네요

전 나쁜딸년이에요
간호하는 입장에서 잘먹고 기운내서 더 열심히 케어해드려야하는데
입맛도 없고 먹기도 싫고 그냥 만사가 다 귀찮고 우울해요
고작 1월부터 몇개월 챙겨드린걸로 스스로 이렇게 내색이나하고
저 나쁜딸이라고 야단좀 쳐주세요
그래야 억지로라도 기운내서 견딜수 있을거 같거든요
아침부터 비는 내리고
거실이 세군데가 통유리라 빗물이 들이치면 좀 닫아주시면
좋으련만 TV 홈쇼핑에만 정신팔려 계시다가 스르륵 잠이 드시고,
끄면 바로 켜시고, 빗물맞은 쇼파랑 카페트의 뒤처리몫은 또 저...
차라리 에어컨을 24시간 그냥 풀가동 시키는걸 더 좋아라하시고요

우울해요
넘 꿀꿀해요
대딩 아들녀석이 방학인지라 제딴엔 많이 도와준다지만
10할중 8할은 제 몫이니...
저희 할매멍이랑 노년에 접어든 친정집 멍이의 밥이며 용변처리도
넘 힘들고..산책을 제때 시켜주질 못하니 친정집 멍이가 안방에 똥을 싸놔서 제가 그걸 모르고 밟아서 제가 아끼는 슬리퍼를 그냥 버리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쁜딸년....
너 어릴때,너 아플때마다 엄마 아빠는 한번도 힘들다 안하시고
사랑으로 보살펴주셨었을텐데 고작 이걸가지고 궁시렁거리고 씨부렁거리다니....

네...저 나쁜딸이에요
근데 오늘은 진짜 많이 울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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