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제 목포 다녀온 후기예요^^(길어요)

어제 아침 기차타고 가면서 글 올렸고 많은 분들이 따뜻하고 진심어린 댓글 달아 주신 덕분에 목포의 멋진 풍광, 따뜻한 시민들의 친절함,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동네에서 기분좋은 추억들 많이 담고 잘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아침 5시 40분에 나가서 10시쯤 돌아올 때까지 쉬지않고 돌아다녀서 집에 와서 씻고는 그냥 기절했네요 ㅎㅎ
꿈도 안꾸고 푹 자고 일어나 집안일 좀 하고 커피 한잔 하며 어제지만 벌써 지나간 여행의 추억이 되어버린 목포여행을 좀 더 기억하고 남기고 싶어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봐요 


1. 버스타고 시티투어

다른 동네에서 이용해보고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생각보다 꽤 많은 장소와 정보를 제공해주는 장점을 가진 프로그램이란 것을 알고 주저함없이 이용했어요 
전날 온라인으로 예매했고 목포역에서 9:30분 출발이라 서울에서 6:45분 출발 기차를 타면 9시 도착이라 딱이었어요  
목포역에 내려서 역사를 나가면 왼쪽에 시티투어 출발하는 곳이 있고 버스가 기다리고 있어요 
현장 신청도 되는데 자리가 없을 수 있으니 원하시는 분들은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하는 것이 좋겠죠 
(목포 시티투어 운행정보 및 예약안내 
https://www.mokpo.go.kr/tour/citytour )

위 링크에 가보시면 관광 정보가 나오는데 유명하거나 의미있는 곳들은 다 들러보고 해설도 잘 해주셨어요 
동본원사, 시화마을, 유달산과 노적봉, 목포근대역사관 1&2, 갓바위,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자연사 박물관 .. 등 
목포의 역사와 지리적 특징, 역사 속 목포의 역할과 의미 등도 같이 들으니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고 쬐끔 눈이 떠져서 목포가 더 맘에 들어왔어요 
다 중요하고 의미있는 곳들인데 저는 특히 서산동 시화마을과 목포근대역사관이 좋았어요 

- 서산동 시화마을 
영화 1987에 나왔던 연희네 수퍼(극중 연희역이었던 김태리가 엄마와 살며 운영하던 수퍼인데 실제 그 수퍼집 따님이 연희라서 김태리가 연희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시네요 ㅎㅎ), 거기서 산비탈을 올라가며 지어진 알록달록 작은 집들 사이 골목길을 따라가던 시화마을이 참 예쁘더라고요 
제가 골목길을 참 좋아하거든요 
골목이 꺾어지고 휘어질 때마다 그 뒤에 나타날 모습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이 끊임없이 생겨서^^
한쪽에 바다와 항구와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탁트인 남해를 바라보며 골목 이리저리 꺾어지며 오르는 길은 참 즐거웠어요 
이탈리아 아말피 해변마을 포지타노의 산비탈 골목길인지 착각할만큼 아기자기 예쁜 길이라 다시한번 꼭 가보려고 해요 
하얀 집 옆에 작고 이쁜 쉼터이자 까페가 있고 파란 벽을 따라가다 꺾어지면 담장 사이로 바다 위 반짝이는 윤슬이 보이고 닳아서 반들거리는 철제난간을 잡고 올라가면 초록넝쿨로 가득 덮힌 옛집이 있고, 인형이 가득 쌓인 장난감집처럼 귀엽게 꾸며진 집의 옥상에 올라가면 남해바다가 쫙 펼쳐지고… 오래되고 사람이 살지 않은 집들조차 풍성한 햇빛 아래 있어 그런가 버려지지 않은 느낌이 드는 따뜻하고 예쁜 마을이었어요 

- 목포근대역사관과 평화의 소녀상 
구 일본영사관이었던 빨간 벽돌로 지어진 멋진 건물이지만 그 안엔 아픈 역사를 담고 있어요 
기온은 높았지만 깨끗하고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빨간 벽돌 건물과 초록 나무들은 사진에 담는 족족 그냥 그림엽서가 되어버려서 감탄하며 찍다가도 건물과 주변에 일제에 착취당하고 고통당하던 한국인들의 모습이 재현된 현장들을 지날 때면 숙연해질 수 밖에 없는 곳
건물 앞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는 소녀와 어울릴만한 귀여운 인형들이 여럿 놓여있었어요 
그걸 놓아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목포의 부드럽고 따스한 햇살도 소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를 바랐고요 



2. 시티투어가 끝나고 내멋대로 여행

- 목포 해상케이블카
알찬 투어를 마치고 케이블카를 타기 원하는 승객들이 있어서 버스가 케이블카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어요 
북항 승강장에서 타서 유달산 승강장을 거쳐 바다를 지나 고하도 섬에 도착하는 왕복케이블카예요
82에서도 많이 추천하시고 바다 사이나 산을 오가는 짧은 거리의 케이블카와는 달라 보여서 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100명 넘게 서있었지만 케이블카가 줄줄이 오니 30분 정도 기다린 후 탈 수 있었어요 
밑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은 케이블카 댓수가 적어서 사람은 적어도 훨씬 많이 기다려야 했고 저는 아무거나 빨리 타보는게 목적이라 일반 캐빈으로 탔죠 
와.. 진짜 탈만해요^^
꽤 높이 올라가기도 하고 산과 바다를 골고루 거쳐서 바다 위의 섬까지 가는지라 거리도 꽤 길어요 
돌산인 유달산을 거쳐 가는데 거대한 바위들을 쌓아올린듯한 유달산은 산수화에 나오는 그림같이 멋졌고 산 정상을 지나 탁트인 남해, 섬들이 떠있는 다도해와 긴 다리가 보이는 바다를 가로질러 섬으로 쭉 내려가는 길이 장관이예요 
고하도를 둘러싼 길고 긴 바다 위 데크길도 멋지고 다도해 사방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보이고 진도, 신안 천사대교도 보이고…
시간이 넉넉했으면 고하도에서 숲길, 바닷길 산책도 하고 이충무공기념비도 보면 좋을텐데 그보다 더 하고싶은게 있어서 잠시 커피 한잔 마시며 둘러보고 다시 케이블카 타고 돌아왔어요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여기가 진짜진짜 좋았고 목포 가시면 꼭꼭 보시라고 강추드려요 
사람마다 취향과 관심사가 다르긴 하지만 이곳은 박물관 중에서도 퀄리티 높고 전시도 훌륭해서 목포에 이런 박물관이 있다는데서 목포의 수준에 눈이 휘둥그레~
제가 예전에 82분이 소개시켜주셔서 도자 강좌를 듣는데 여기를 언젠가 꼭 가봐야지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되어 와보니 그동안 배운 것들을 눈앞에서 보고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보물을 알아보고 보물을 보존 관리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귀한 나눔이고 소중한 기회인지..
덕분에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도 보고 역사 속 사람들의 생각과 당시 사회, 문화를 엿볼 수 있었어요 
박물관 밖으로 나오면 뻥뚫린, 그러나 잔잔한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바닷가 거닐며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 홀짝이기도 좋고… 목포는 어디든 사람사는 곳 앞마당이 곧 바다예요^^

- 적산가옥과 근대문화건물거리 
해양박물관에서 목포역까지 와서는 서울행 기차를 탈 때까지 근처 구시가지 거리를 제멋대로 돌아다녔어요 
사실은 이렇게 제멋대로 동네를 쏘다니는 것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이예요^^
꼭 하고싶은 것이나 보고싶은 것 몇가지를 정해놓고 나머지는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다가 즉흥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 저는 좋더라고요 
혹 엉뚱한 곳엘 가게 되거나 차를 타고 생각지 못한 곳에 가게 되더라도 아주 위험한 곳만 아니면 생각지 못한 사람이나 풍경이나 이벤트를 접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처음엔 계획을 벗어나는 일이 불안과 걱정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즐거움이 되고 설레임이 되어 여행의 일부는 그런 시간을 꼭 따로 떼어놔요 ㅎㅎ
의도치 않았던 것들을 기대하며 
본론으로 돌아와서, 동네를 이리저리 기웃거리다보니 옛건물들이 줄지어있는 거리를 걷게 되었고 눈이 즐거웠습니다 
분명 목포분들의 삶의 현장인데 영화세트장 같기도 하고 시대가 다른듯도 느껴지고 다른 나라 같기도 하고 잡지 속 집들 같기도 하고…
오래된 듯 한데 낡고 지저분하기보다는 깨끗하고 조용하고 사람도 차도 적으니 간만에 느낀 생경함이 반가웠어요 
뻔한 여행에선 잘 느끼기 어려운 느낌이라서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생각없이 들어갔는데 유명한 ‘행복이 가득한 집’이더라고요 
역시나 포토제닉 가게답게 방마다 멋진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눈을 사로잡네요 
앉아서 마시기엔 시간이 아까워서 종이컵에 들고 나와 커피 마시며 특이한 건물들을 음미하며 걸었습니다 
길가다 목포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주인분과 이야기도 나누고 맘에 드는 것 하나 구매하여 안고 왔어요 
기차 출발 15분 전에 역사에 도착해 기차에 들어와 앉으니 오늘 하루가 마치 3일은 여행한듯 뿌듯함이 차오르면서 입가는 올라가고 몸은 나른해 지고..


3. 마무리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개인적인 일로 무겁게 느껴지던 책임감과 부담감이 지금은 엥 별게 아니네?가 되어버렸어요 ㅎㅎ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것은 그대로인데 신기하게 가볍게 느껴져요 
이런게 여행의 묘미이고 약효인가봐요 ㅎㅎ

이제 목포는 저랑 관계없는 지도상의 어느 도시가 아니라 내가 발로 밟고 땀방울 하나 떨구고 밥까지 먹은, 안면 튼 동네가 되었어요 
난생 처음 가본 곳인데 마치 열번은 와본듯 친근한 느낌이 드는 동네
목포에 와서야 제가 서울에서 수많은 차와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내는 소음과 마찰에 시달리며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네요 
어제의 목포시도 더운 날씨였고 땀도 났지만 그 더위가 짜증이 나는 더위가 아니라 조금 많이 따뜻하다라고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도 했어요 
더위가 짜증으로 느껴질 스트레스 유발인자들이 거의 없는 동네라는 새로운 발견을 한거죠 
긴 가디건을 내내 걸치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목포는 가서 즐기고 본전뽑고 싶은 동네가 아니라 뭔지 모르지만 제가 가서 잘해주고 싶은 동네예요
다음에 가게 되면 둘러보고 싶은 곳들도 몇군데 남겨놓았으니 다시 갈 수 밖에 없어요 ㅎㅎ
이렇게 해서 저의 지경이 조금 더 넓어졌네요 ^^
어제 좋은 말씀 해주신 님들 감사합니다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