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제 엄마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글을 올린 원글이에요

오늘 아침까지 일어나서 댓글을 봤는데 그새 또 더 많이 달렸더라구요. 
걱정해주시는 분, 궁금해하시는 분 있어서 새로 글 올려요. 






어제 엄마가 갑자기 술취한 사람처럼 중언부언 하길래 너무 이상해서 겁도 나고 하여 글을 올렸어요. 

남편은 약 4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출장 중이었구요. 참고로 저희는 재작년에 혼자 되신 친정 엄마 모시고 살아요. 





암튼 엄마가 고통이나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고 손발저림이 있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그렇지도 않았어요. 

정말 술취해서 했던 말, 맥락에 전혀 맞지 않는 말 무한반복하는 상황이었어요. 졸려서 맥도 못 추면서 말이죠. 





사건의 발단은 저희집 고양이가 요즘 마당에서 내내 놀면서 집안으로 안 들어오려고 해서 제가 설득하다가 포기하고 일단 저부터 들어온 상황이었어요. 시간은 11시가 넘었나 그랬구요. 엄마가 현관 입구에 있던 택배 박스를 대문 밖에 내놓으려 하길래 그러다 고양이 나갈 수 있으니 그냥 대문앞에 두라고 했는데 계속 대문을 열려고 했어요. 이때부터 뭔가 조짐이 이상하더군요. 상자를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내려놨다 들었다 내려놨다 들었다...그래서 제가 받아다가 후다닥 대문 밖에 내놓고 엄마가 고양이랑 얘기하는 사이에 집안으로 먼저 들어왔는데 뒤이어 들어온 엄마가 뜬금없이 집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고 치우자고 하더라구요. 그 시간에...요즘 저희 방 에어컨이 고장 나서 거실에서 자리 펴놓고 자는 중이라 이불 널려있고 베개 돌아다니고 하니 지저분하다고 하신 거죠. 난 그럼 어디서 자냐 했더니 잠은 방에서 자야지 하고 혼잣말처럼 하면서 비틀거리고 방에 들어가시더라구요. 뭔가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엄마를 따라 엄마 방에 들어가며 제가 물었어요, 나 누구냐, 내 이름이 뭐냐, 지나가던 고양이 가리키며 쟤 이름은 뭐냐, *서방 지금 어디 갔는지 아냐 등등. 아주 또박또박 대답은 잘 하시는데 뭔가 말투나 눈빛이 영락없는 취객같았어요. 그러다가 가족 문제, 돌아가신 아빠 얘기, 올케 친정 부모님 걱정...등을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이게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맥락없이 꺼낼 말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글을 올렸고 (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494200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면제도 먹었다는 말을 붙였는데 많은 분들이 수면제 부작용 같다는 지적을 해주셨어요. 저는 처음 안 사실이었구요 ㅠㅠ 





그런 상황에서 응급실을 왜 안 모시고 가냐고 나무라는 분들도 계셨지만 딱 봐도 판단은 되더라구요. 병원을 가야할 상황인지 아닌지...병원 갈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몰라 글을 올린 거였거든요. 아무튼 중요한 건 스틸녹스가 그렇게 위험한 수면유도제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고 병원에서 처방해주니 대수롭지 않게 약을 드시게 한 제 자신이 반성이 되더군요. 오늘 퇴근하고 엄마 약상자를 뒤졌어요. 드시는 약들 하나하나 사진 찍어서 검색해보고...놀랍게도 약상자에는 제가 생리통 때문에 사다 두었던 타이레놀 우먼스와 가끔 알러지 때문에 먹는 지르텍이 엄마 약상자에 있더라고요. 반쯤 드셨구요. 거실 약상자에서 그걸 찾아서 드신 거죠. 타이레놀 우먼스는 타이레놀만 보고 두통 때문에 드셨다 하고 지르텍은 상자에 콧물, 코막힘이 적혀 있어서 감기 증상 있을 때 드셨대요. 아무 약이나 그렇게 막 드시더라구요 ㅠㅠ 





얼마전 여기 82에 어떤 상황이면? 언제쯤이면? 부모님 모실 거냐는 글도 올라왔던데 대부분 어지간해선 모시지 말라고 하던데 사실 저도 그랬어요. 남편이 너무나 강력하게 주장해서 엄마를 모신 특이한 상황이긴 한데 여기에는 나중에 본인의 어머니도 모시자는 계산이 깔려 있어 제가 더 반대를 했던 거 같아요. 두분 나이차가 16살이라 친정 엄마가 돌아가실 때쯤이면 시어머니 모시면 될 것 같다는 계산을 한 거죠. 그래서 같이 살면서도 남편보다 제가 더 힘들어했던 것 같은데 어제같은 상황을 겪고 나니 어쩌면 잘 모셨다는 생각도 드네요. 일단 한 번 크게 아프시고 너무 쇠약해지셨는데 몸 뿐만 아니라 총기도 확 사라지셨어요. 85세인데 대학 나오시고 교장으로 은퇴하셨어요. 저희 엄마가 총기가 사라진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건강과 나이라는 변수가 곱해지니 놀랍게도 다른 사람이 되더군요.  





치매나 뇌혈관 계통 걱정하신 분들도 계셨는데 지지난달 펫 시티까지 포함된 치매 검사를 했는데 (MRI에서 해마 크기가 작다고 하여)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치매 걱정은 안 했고 뇌혈관 계통은 덜컥 겁이 나긴 했지만 불과 지난 주에 동네 병원에서 혈액 검사, 소변 검사 약식으로 받은 적이 있는데 (분기별로 하자고 하셔서 그렇게 하는 중이에요) 모든 수치들이 괜찮았어요. 물론 이런 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많이들 걱정해주시고 실질적인 도움말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내일은 정신과 방문에서 엄마에게 맞는 수면제 찾아보려고 해요. 어제 같은 일을 다시 겪는다 생각하면 너무너무 무섭네요. 그리고 가끔 부모님댁 가시면 약상자 한 번 점검 해보세요. 어른들 아프다고 약을 함부로 먹는 경우가 많다더니 저희 엄마도 예외가 아니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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